2007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필사본, 첩장, 1첩. 세로 36㎝, 가로 27㎝
「봉래유묵(蓬萊遺墨)」은 양사언이 허강(許橿)의 「서호별곡(西湖別曲)」과 작자미상의 「미인별곡(美人別曲)」을 옮겨 쓰고, 자신의 자작시와 국한문 시가를 필사하여 엮은 것이다. 「서호별곡」과 「미인별곡」은 국한문 혼용으로 행서를 위주로 초서를 섞어 썼고, 그 밖에 양사언의 자작시를 포함한 여러 수의 시들 역시 행초로 썼다. 양사언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서예가로 황기로(黃耆老)와 더불어 16세기를 대표하는 초서 명필이다. 특히 해서와 초서에 능하여 안평대군(安平大君), 김구(金絿), 한호(韓濩)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서예가로 불렸다.
이 서첩은 양사언의 시문집인 『봉래시집(蓬萊詩集)』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 한시(漢詩)도 10여 수나 있고, 양사언이 평소에 쓴 소자(小字) 초서 글씨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특히 한글과 한자가 혼용되어 구사된 점이 매우 독특하다. 이 필적은 소자로 썼기 때문에 양사언 대자 초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분방한 필치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둥글게 돌아간 원필세(圓筆勢)의 가늘고 유려한 운필에서 당나라 회소(懷素)의 서풍을 깊이 터득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 서첩에 실려 있는 양사언의 자작 시문 필적은 드물게 남아있는 그의 시고라는 점에서 한문학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이 서첩에 실려 있는 「서호별곡」과 「미인별곡」은 16세기의 가사문학으로서 국한문 혼용의 희귀한 기준 사료가 된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