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복장전적은 1995년 무렵개운사 명부전에 봉안되어 있던 목조아미타불좌상에서 발견된 것이다. 복장유물 수습 당시 같이 봉안되어 있던 지장상과 시왕상의 절반 정도가 도난을 당한 상태이고, 아미타불상 또한 복장공이 개방되어 사리장치가 든 후령통 등은 이미 도난을 당해 일실되었다. 수습 당시 복장품은 모두 17종으로 추산하였나, 근래에 납입한 직물류를 제외한 지류 복장유물은 고판경이 15점, 고사경 7점, 조선시대 목판본 불서가 6책, 다라니 8종, 탁본 1점, 족자 1점이며, 복장발원문 3점 등 총 41점에 이르고 있다. 이 중 화엄경 전적은 모두 20점에 이른다. 화엄경에는 동진의 불타발타라가 한역한 60권 본의 진본, 당의 실차난타가 한역한 80권 본의 주본, 당 정원년간(貞元, 785-805)에 반야가 진본, 주본의 입법계품 부분을 한역한 40권 본의 정원본이 있다.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에서 전적류 28점과 문서류 13점이 수습되었다. 이들 복장유물의 층위적 성격으로 보아 불상이 조성된 이후 적어도 4차례 이상 중수가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전적류에는 조선시대 간행된 목판본 4종(6책)을 제외하면, 그 나머지 22점은 대략 9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간행된 경전이다. 경전 22점 중 목판본 도장(道藏)인 「영보경(靈寶經)」과 필사본 「보살보행경(菩薩本行經)」 2점을 제외한 20점은 모두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으로, 현재까지 수습된 단일 불상의 복장유물 가운데 가장 많은 수량을 보이고 있다.
화엄경 20점에는 사경류가 6종, 판경류가 14종으로 구분되었는데, 이를 세분해보면 사경류는 진본 2종과 주본 4종으로 그 서지적 특징은 아래와 같다.
구분 | 권차 | 장수 (張數) | 크기 (㎝) | 행자수 (行字數) | 사성시기 (寫成時期) | 종류 | 현상 (現狀) |
---|---|---|---|---|---|---|---|
진본 (晉本) | 권36 | 21장 (결(缺)) | 29.5×1178 | 25~27행 16~17자 | 11~12세기 | 백지묵서 | 권미(卷尾)결실/축봉(軸棒)없음 표지없음/사경체자(寫經體字) |
권56 | 20장(결) | 29.2×900 | 24~27행 17자 | 11~12세기 | 백지묵서 | 권수(卷首)결실/축봉없음 표지없음/사경체자 | |
주본 (周本) | 권24 | 18장 (완(完)) | 27.7×880 | 27행 17자 | 9~10세기 | 백지묵서 | 수미(首尾)완전/축봉없음 표지없음/‘花’자/ 사경체자 |
권26 | 19장(결) | 28.0×720 | 20~30행 17자 | 9~10세기 | 백지묵서 | 권수결실/축봉없음 표지없음/측천문자(則天文字) | |
권33 | 13장(완) | 29.7×710 | 26~28행 17자 | 11~12세기 | 백지묵서 | 수미완전/축봉없음 표지있음/‘花’자 | |
권39 | 19장(완) | 28.5×1115 | 25~28행 17자 | 11~12세기 | 백지묵서 | 수미완전/축봉없음 표지있음/‘花’자 | |
〈표 1〉 화엄경 사경류의 서지적 특징 |
그리고 판경류에는 진본 4종, 주본 7종, 정원본 3종으로 구분되었는데, 그 서지적 특징은 아래와 같다.
구분 | 권차 | 장수 | 크기 (㎝) | 행자수 | 연대 |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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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본 (晉本) | 권2 | 17장 (실(失)) | 29.5×870 | 26행17자 | 10~11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간혹 사경체자(寫經體字)/‘花’자 |
권33 | 19장(완) | 27.5×900 | 26행17자 | 9~10세기 | 수미완전/축봉없음 사경체자 | |
권44 | 1권(실) | 27.8 × ? | 26행17자 | 9~10세기 | 권수결실/축봉있음 사경체자 | |
권48 | 18장(실) | 30.7×860 | 24행17자 | 11~13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부음의(附音義) | |
주본 (周本) | 권2 | 16장(실) | 28.9×800 | 26행17자 | 10~11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사경체자 |
권18 | 5장(실) | 29×250 | 26행17자 | 10~11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사경체자/‘花’자 | |
권28 | 1장(실) | 29.2×59 | 26행17자 | 10~11세기 | 변상도 낱장 1장 사경체자/‘花’자 | |
권35 | 14장(실) | 28.0×620 | 26행17자 | 10~11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사경체자/권차 | |
권49 | 10장(실) | 30.6×460 | 24행17자 | 11~13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부음의 | |
권63 | 8장(실) | 27.8×233 | 27행17자 | 9~10세기 | 수미불완/축봉없음 사경체자/측천문자 | |
권78 | 19장(실) | 28.0×910 | 26행17자 | 9~10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사경체자/측천문자 | |
정원본 (貞元本) | 권10 | 16장(실) | 30×810 | 24행17자 | 11~13세기 | 권수결실/축봉없음 부음의 |
권16 | 15장(완) | 27.5×700 | 26행17자 | 10~11세기 | 수미완전/축봉없음 사경체자/‘花’자 | |
권20 | 12장(실) | 28.3×558.5 | 26행17자 | 10~11세기 | 권수결실/축봉있음 사경체자/권말묵서(卷末墨書) | |
〈표 2〉 화엄경 판경류의 서지적 특징 |
이상의 화엄경 20종 가운데 권수와 권미가 온전한 경우는 사경 중 주본 권24의 1종과 판경 중 진본 권33과 정원본 권16의 2종 등 모두 3종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경 주본 권24와 판경 진본 권33의 경우 권수제 형식이 ‘경제(經題)+품제(品題)+품차(品次)/권차(卷次)/역본(譯本)’과 ‘경제(經題)+품제(品題)+품차(品次)/권차(卷次)’의 1행으로 되어 있어 현재 보물로 지정된 3행으로 구분된 형식의 국내 전본과는 전혀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수 · 당대 및 신라시대의 사경 형식과 동일하다.
그리고 행자수(行字數)를 분석해 본 결과, 자수는 모두 17자본으로 국내 전본과 일치되고 있다. 그러나 행수의 경우 사경류는 24행에서 30행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으나 주로는 26행으로 조사되었으며, 판경류는 대부분 26행으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개운사 불복장화엄경 중에는 기본적으로 장정의 형태가 권자본 형태인 경우, 권수제가 1행이면서 동시에 각 장의 행수가 26행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체(字體)에 사경체자가 나타나고 있는 판본은 대체로 9∼10세기 사이에 간행된 자료로 추정할 수 있다.
개운사 복장본 화엄경 20점 중에는 24행본 3종을 제외한 대부분 불경이 신라하대에서 고려 초기 사이에 간행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보급 전적유산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한국고대출판사를 새로 보완해 주는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근래 중국 측에서는 세계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을 한국에서 간행된 인쇄물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에서 간행된 것으로 간주하려는 ‘출판공정(出版工程)’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실물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