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357년(공민왕 6)에 선종의 근본경전인 금강경에 육조 혜능의 주해본 중 김저(金貯)가 소장한 원나라 판본을 저본으로 전라도 전주의 덕운사에서 지선(志禪)이 복각 간행한 금강경 주해본의 일종이다.
금강경은 2세기 무렵에 인도에서 결집된 이후 동아시아에 널리 유포되어 대승사상을 크게 현양한 경전이다. 결집 당시에 인도에서는 반야운동이 점차 확산되어 지혜의 사상을 결집한 금강경이 성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불자 사이에는 금강경을 매일 수지독송(受持讀誦)하게 되면, 누구나 동일한 공덕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충만해 있었다. 그리하여 이 경전을 항상 수지하여 독송하고자 하는 수행의식이 강조되어 대중들에 의해 널리 독송되었다. 금강경의 범어는 바즈라체디카 프라즈냐파라미타 수트라(Vajracchedika-parajnaparamita-sutra)이다. 인도에서 성립된 금강경은 그 후 중국에 전래되어, 402년에 구마라집(鳩摩羅什)의 한역(漢譯)으로부터 시작하여 703년에 의정(義淨)의 역출(譯出)에 이르기까지 300년 사이에 이른바 6종의 번역본이 완성되었다.
현재 금강경의 6역본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유통되고 있는 번역본은 바로 구마라집에 의해 처음으로 한역된 것이다. 중국에서 한역 금강경이 유포된 이후 양나라 소명태자가 32과분으로 분장(分章)하였고, 당나라 육조 혜능(慧能) 등에 의해 주해가 끊이지 않고 찬술되었다.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발문에 의하면, 1357년(공민왕6)에 전라도 전주에서 덕운사(德雲寺) 스님인 지선(志禪)과 조환(祖桓)의 주관으로 각수 성주(省珠)와 법굉(法宏) 등이 판각하여 간행한 금강경이다. 전주에 살고 있는 비구 김저(金貯)는 우리나라에 금강경이 널리 유포되어 많이 독송되고 있으나, 정작 그 심오한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이를 애석하게 생각하였다. 마침 그가 우연히 구득한 육조 혜능이 주해한 판본을 저본으로 판각 간행하여 널리 유포하게 되었다. 그런데 권수의 ‘운하범(云何梵)’ 아래에 ‘수춘비본(壽春碑本)’이라는 패기가 보이고 있는데, 이 책의 저본을 의미하는 듯하다.
목판본 1권. 장정의 형태는 권자장이나, 표지가 없는 상태이다. 전체는 71장으로 크기는 세로 32.6㎝, 가로 2,440㎝이다. 서지적 특징을 살펴보면, 변란은 상하단변(上下單邊)으로 상하간의 광곽의 높이는 24.7㎝이다. 판면에 계선(界線)이 없으며, 한 행은 본문 대자가 16자 주해문 소자가 30자씩 배자되어 있다. 이 책은 본래 일정한 크기로 접어 절첩장으로 장책할 의도로 판각되었으나, 현재는 권말에 축봉을 댄 권자장으로 개장되어 있다. 현재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1986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권수에는 부처가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변상도가 수록되어 있으며, 이어서 여러 진언문과 발원문이 차례로 열기되어 있다. 다음으로 권수제에는 경명과 저자사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저자사항에는 이 금강경이 성립된 6단계 과정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역할이 상세히 표시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먼저 석가가 말씀한 사실과 이를 후에 아난의 결집, 후진 구마라집의 한역(漢譯), 양나라 소명태자의 분장(分章), 육조 혜능의 해의(解義), 그리고 택천(澤泉)거사의 편집 등의 일련의 과정이 기재되어 있다.
저자사항에 이어 <법회인유(法會因由)> 제1분으로부터 <응화비진(應化非眞)> 제32분까지 모두 32분으로 구분하여 경문의 본문과 육조의 주해문, 그리고 주요 불교용어에 대한 한문식 해설을 첨가한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다.
이러한 편찬 방식은 권말의 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독송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문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 방식이다.
권말에는 진언과 게송 등을 비롯하여 불교의식과 관련 내용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으며, 맨 끝에 발문과 간기가 보이고 있다. 간기는 막연히 ‘전주개판(全州開板)’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발문의 내용으로 보아 전주의 덕운사(德雲寺)에서 간행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본래 권자본(卷子本) 형식으로 간행되었던 송원판본을 저본으로 복각(覆刻)하여 선장 형태로 장책(粧冊)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후의 표지는 원래의 표지로 볼 수 없으며, 근래에 새롭게 비단으로 장정하고 제첨을 부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고려시대 불교경전 가운데 특이한 판본의 형식을 보여주며, 특히 경전의 내용을 각기 다른 크기의 글씨로 본문과 주석으로 구분하여 설명함으로써 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한 귀중한 판본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