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과 목판본 경전에 삽입된 변상도와 불화 형태의 변상도가 전해진다. 원각경(대방광원각수다라료의경)은 693년 불타다라(佛陀多羅)가 번역하였다고 전하며 선종(禪宗)에서 중시하는 경전의 하나이다. 1권 12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석가모니와 문수보살을 비롯한 12보살과의 문답을 통해 원각의 이치와 수행의 방법을 설한 것이다. 현존 원각경변상도는 고려시대의 불화 1점(미국 보스톤미술관 소장)과 상지금니 대방광원각수다라료의경(1357년. 보물, 1984년 지정), 조선시대에 간행된 판본 중에는 경상북도 청도 운문사본(1588년), 금강사 건봉사본(1861년), 양주 봉인사 부도암본(1883년), 그리고 16세기로 추정되는 삼성출판박물관소장본 등에 포함되어 있다. 이외에 경천사10층석탑과 원각사10층석탑의 2층 탑신 표면에도 원각경변상이 간략하게 부조되어 있다. 이러한 현존 원각경 변상도는 모두 법회의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보스톤미술관 소장 불화는 화면이 상하로 구분되는데 상단에는 중앙에 보관을 쓴 비로자나불과 문수, 보현보살이 원형 광배를 배경으로 앉아 있고 그 아래에 나머지 10보살이 자리하고 있다. 하단에는 권속들이 모인 가운데 한 보살이 붓다를 향해 청문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권속들은 각 무리마다 이십팔천왕(二十八天王), 대범왕(大梵王), 천제석(天帝釋), 팔만금강(八萬金剛), 십만귀왕(十萬鬼王)이라는 존명이 방제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경전에 등장한 권속임이 확인된다.
1984년 보물로 지정된 「상지금니 대방광원각수다라료의경」은 뒷면에 「육조화상법보단경(六祖和尙法寶壇經)」이 함께 사성된 합부이며 변상도는 원각경에만 그려져 있다. 도상은 보스톤미술관본과 같으나 가로로 긴 화면의 구조상 도상이 중앙의 본존을 중심으로 좌우로 전개되어 있다. 흰색에 가까운 옅은 미색을 띠는 종이에 금으로 선묘하여 도상이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 것 같으나 필선이 활달하고 능란하며, 얼굴의 눈두덩과 뺨에 옅은 선염을 가해 입체감을 표현하여 생동감 있는 장면을 이루고 있다. 고려시대 사경변상도에서 이처럼 얼굴에 입체감을 표현한 점은 다른 사경변상도에서는 볼 수 없는 묘법이다.
운문사에서 간행한 원각경에 포함된 변상도는 2매의 판에 위태천과 설법장면을 표현하였다. 12보살을 비롯하여 천왕, 금강, 귀왕 등 권속들이 표현되었으나 불화와 사경변상도에서처럼 여러 명이 그려지지 않아 그 종류만 대표적으로 간략히 표현하였다.
원각경변상도는 고려 말부터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어 한국 불교사에서 원각경의 위상을 알려주고 있다. 경전 간행의 빈도에 비해 변상도 유물이 많지 않으며, 경전에 등장하는 권속들을 충실히 표현한 법회 장면의 묘사가 도상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