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면. 1988년 도서출판 청사에서 발간하였다. 제1부 ‘노동의 밥’, 제2부 ‘해장공단 가는 길’, 제3부 ‘어머니 말씀’, 제4부 ‘온산 공해단지에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백무산 시집 발간은 당시 우리 사회에 강력한 자장을 드리웠던 마르크스주의적 인식의 시적 반영이라는 측면과 노동 계층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한 측면이 동시에 결합한 결과이다.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이 이미 발간되었고, 당시 융흥하던 민주화의 열기 또한 이 시집의 적극적 배경이 되어주었다. 청사민중시선의 일환으로 발간되었다.
1988년 8월에 도서출판 청사에서 발간하였고, 전체 4부 구성에 김형수의 해설이 달려 있다.
백무산 시편은 적대적 모순으로서의 노사 갈등과, 노동 계급의 혁명적 투쟁의 당위성에 대하여 노래하였다. 그는 노동 계급의 당파성을 ‘밥’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은유로 형상화하였는데, 그것은 자본 권력의 폭력성을 폭로하고 증언하는 효과를 동반하였다. 그래서 그는 “지상의 모든 노동자들”을 “형제들”이라고 부르면서, “피땀 어린 고귀한 생산자의 밥의 나라”와 “착취와 폭력의 수탈자의 밥의 나라”로 갈라선 현실을 웅변하였다. 이처럼 “밥에 따라” 나뉜 현실 구조는 “우리에게 닥친 싸움의 총체적 인식 수단”(「후기」, 『만국의 노동자여』)인 시를 통해 처절하게 증언되고 있다.
자본의 폭력과 노동의 소외라는 가장 고전적인 근대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백무산 시집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선명한 대결 의식, 수동적 비애를 넘어서는 비장미, 노동 계급끼리의 수평적 동지애 같은 것이 일정한 대중적 호응과 주목을 불렀다. 그 점에서 『만국의 노동자여』는 확고한 노동 계급의 정체성과 시각을 본격화한 거의 최초의 시집으로 기록되고 있다. 백무산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노동시편은 우리 문학사에 창작 주체의 민주화, 시적 리얼리즘의 방법적·이념적 확산, 민중 언어의 재발견, 노동 현장의 구체적 형상화 등을 그 역사적 흔적으로 남긴 바 있다. 불구적 근대의 절정에서 피어난 파시즘 체제와 외세의 개입 그리고 자본의 무한 확장이 결합하여 빚어낸 1980년대의 화려한 외관을 심층에서부터 비판했던 노동시편의 의의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들이 분단 극복과 민주주의 쟁취 그리고 인간 해방이라는 근대적 과제에 힘을 쏟은 나머지 근대 자체의 내파(內破)나 대안적 근대의 구축에 등한했던 점은 물론 반성되어야겠지만, 가장 사적(私的)인 차원에서 발원하는 문학을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사회적 상상력과 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증폭한 면은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