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부로 구성되었고, ‘땅의 사람들’, ‘지리산의 봄’, ‘천둥벌거숭이 노래’, ‘편지’ 등의 연작이 실렸다.
시인 스스로의 말처럼, 불혹의 나이에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 소중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잃은 상황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젊은이들이 가혹하게 민주주의 제단에 바쳐진 현실이 이 시집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1987이라는 민주화운동의 정점에서 생각하는 자유와 평화에 대한 지향이 시집 밑바닥에 서려 있다.
1987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하였고, 6부로 나누어 시를 배열하였다. 시인은 "아무리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둡고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가 하루를 마감하는 밤하늘에는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별빛처럼 아름답게 떠있고, 날이 밝으면 우리가 다시 걸어가야 할 길들이 가지런히 뻗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 길에 등을 돌릴 수도, 등을 돌려서도 안 되며,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라고 시집 뒤표지글에 적고 있다.
시집의 1부를 여는 ‘땅의 사람들’ 연작들은 살아남은 자들의 삶과 기억을 형상화하였다. 억압과 저주의 땅에 봄비로 마음을 적시고 있는 시인은 그렇게 하늘과 어머니를 찾는 땅의 사람들을 노래하였다. 우리 삶의 존재론적 기원을 묻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스러져간 사람들을 형상화하였다. 그렇게 이 땅의 사람들이 다채롭게 그려졌다. 그리고 ‘지리산의 봄’ 연작은 수많은 전설과 풍광이 녹아 있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삶의 희망과 절망을 노래하였다. 그 안에는 시인의 실존적 외로움과 그리움이 넘쳐나지만, 거기서 시인은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갈망하는 의지를 다진다. 그렇게 시인은 지리산에 뼈를 묻은 사람들과 다시는 고향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을 노래하였다. ‘편지’ 연작도 사랑과 그리움의 세계를 담고 있다. 이렇게 이 시집은 자연 사물을 배경으로 하여 삶에 대한 원초적 외로움과 그리움을 기조로 삼으면서도, 그 안에 근원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적인 자유에 대한 의지를 노래하였다.
고정희 시는 비극적 오월의 봄에서 절망을 느끼고 그 절망을 넘어서는 의지를 발현하는 데 핵심이 놓여 있다. 이 시집은 그러한 그리움과 분노 그리고 희망으로 이어지는 고정희 시의 정신세계를 잘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첨예한 대결로 그 자신을 밀고 나가서 결국 공동체적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가려는 그의 실천적 의지와 전망을 보여준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