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 30행의 자유시이다. 1941년 11월 5일 지은 유작으로 친구 정병욱과 아우 윤일주가 1948년 정리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간본 31편 중 앞부분에 실렸으며, 1955년 정음사에서 나온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리되어 실렸다.
담화체 형식으로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애틋한 서정을 담고 있다. 특히 ‘∼ㅂ니다’의 종결어미가 정겨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으로 회상과 기억, 그리움의 정조를 따라 전개되는데 1∼3연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현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향에서 시인은 현재 가을로 이미지화된 침잠된 분위기에 싸여 있으며 청춘을 제대로 구가하지 못하는 소회가 깊게 묻어있다.
고독한 현재와 대비되는 시간은 과거로 설정된다.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는 ‘별’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구체화한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등은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밀착된 모티브이다. 이 중 가장 실감 있게 고향을 환기시키는 시적 상관물은 ‘어머니’이다. 5연과 7연에서 ‘어머니’를 호명하며 전개되는 시적 정황은 떠도는 자로서 고독과 그리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시인은 타향에 있고 어머니는 고향 북간도에 있다. 이 거리감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별빛이다. 시인이 있는 타향에도 고향 어머니에게도 동시에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현재 자신의 존재성을 상실했다. 8연에서 ‘덮어 버린 자신의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슬픔의 근원이며 망국의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는 시인이면서도 별을 통해 운명을 읽는 점성술사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언술은 갑자기 정겨운 말투에서 ‘∼외다’ 식으로 변하여 복화술을 쓰는 듯하다. 시인은 예언자로서 엄중히 말한다.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올 것이며, 다시 봄이 오리라 굳게 믿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존재로 높이 확인하고 있다.
이 시는 유랑하듯 떠도는 일제하 한국인의 회한을 잘 대변하고 있다. 타향에서 겪는 극한 고독과 자기모멸을 순열한 시심으로 견뎌내며 새날을 기약하는 시인의 면모가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