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20.7(cm), 121면. 1978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행하였다. 발문과 후기와 함께 ‘어느 시인(詩人)에게’, ‘인동일기(忍冬日記)’, ‘무능(無能)한 나의 신(神)’, ‘불빛 하나’, ‘촛불 앞에서’, ‘장산도설화(長山島說話)’등 5부로 나뉘어 총 63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은 김창완의 첫 시집으로 1970년대 한국 민중시의 경향을 주조로 하고 있다. 최하림은 발문에서 이 시집의 성격을 바다의 상상력을 버리고 돌멩이를 움켜 쥔 형상에 비유한다. 바다와 돌멩이의 교체현상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배태된 도시화와 농촌붕괴의 현실 모순을 반영하고 있다. 김창완은 이 시집에서 근대화과정에서 서울로 스며들었던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애환과 설움을 적나라하게 담아 전달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바다’를 지향하는 주체와 ‘돌멩이’의 처지에 놓인 주체의 대립적 구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김창완의 고향은 전남 신안군이다. 시인이 바다를 떠 올릴 때는 온전히 고향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부의 시「막금도(莫今島) 사공」에서 그 실재를 확인할 수 있다. ‘죽기 전에 가야지 꼭 가야지’ 되뇌는 자기암시의 언술에서 알 수 있듯 도시 변두리의 삶은 소외의 굴레이기도 하지만 고향상실의 상처이기도 하다. 6부의 고향시편들이 설화적 환상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집에서 ‘돌멩이’의 이미지를 차용한 시편들은 뿌리 뽑힌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척박한 삶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도시의 삶은 한낱 발에 차이는 돌멩이와 같은 신세이다. 그러나 다만 움츠리고 있을 뿐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시인은 민중의 특질을 이러한 생명력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4부의 시「바람의 함성」에서 보이듯 수많은 돌멩이들의 외침은 황산벌의 혁명의 낌새를 가득 품고 있다.
바다로 향하는 염원과 돌멩이의 단단함은 곧 ‘인동(忍冬)’으로 구체화된다. 인동은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 이 불멸의 상징성이 2부의「인동일기(忍冬日記)」연작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시집『인동일기』는 죽음의 상태에서 새 생명의 도래를 예감하는 비의(秘儀)를 숨기고 있다.
이 시집은 1970년대 도시 주변부 민중의 삶을 연민의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주체적 실체로 승화시켜 형상화시켰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