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의 자유시이다. 육필 원고는 4연을 행갈이 없이 써 모두 6연 8행이다. 8행이던 원고는 출간될 때 6연 13행으로 편집되었다. 1939년 9월「소년(少年)」,「달같이」등과 함께 지은 유작으로 연희전문학교 교지『문우(文友)』에 발표한다. 1948년 정리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간본에 실린다. 1955년정음사에서 나온 증보판『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리되어 실렸다.
서술체 형식으로 자신을 하늘과 바람으로 객체화하여 내면공간의 깊이를 형성한다. 소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시인의 전환적 모습을 보여주는 자기 인식의 시라 할 수 있다. 각 연의 내용은 시인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우물로 찾아가 들여다 봄(1연)-사나이의 존재, 미움, 돌아감(3연)-돌아감, 가엾음, 도로 감(4연)-미움, 그리움(5연)의 반복적 진행은 시인의 자기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을 함축한다. 이러한 관조의 경지와 고독의 고통스런 인식은 2연과 6연에 묘사된 우물 속 서경적 배경을 통해 강화된다. 우물 속에 비친 달과 구름, 하늘과 바람과 가을의 조화를 깨뜨리는 ‘사나이’는 분명 추억처럼 서 있는 시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세 차례 우물로 찾아 간다. 그와 함께 미움, 가엾음, 그리움의 세 가지 감정적 변화가 동반한다. 우물로 찾아감 즉 1연과 4연과 5연에서 자아성찰이 이루어진다. 성찰의 진행은 점층적으로 강화된다. 미움(3연)에서 가엾음(4연)으로 그리고 이 양가적 감정의 혼재로 5연에서 미움과 그리움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 때 시인이 찾아가는 공간 우물은 ‘산모퉁이 외딴’ 곳에 있다. 이 분리된 장소에서 시인은 ‘가만히’ 응시하는 은밀한 행위를 하고 있다. 우물 속 세상은 밝고 평화롭다. 그에 반해 시인의 내면은 어둠으로 채색되어 있다. 우물은 비일상적, 비현실적인 장소이다. 그처럼 시인이 존재하는 현실은 고통과 불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
우물 속의 자연과 추억처럼 서 있는 사나이의 부조화는 현실과 시적 자아와의 갈등과 부조화를 함축하고 있다. 이 바탕에는 시인의 비극적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적 행위가 자리하고 있다.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윤리의식이다.
이 시는 윤동주의 시적 특색 중 하나인 자기응시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제도적 윤리나 도덕률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인간적인 삶에 대해 끊임없이 내적인 성찰을 했던 시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