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17.6(cm), 77면. 1957년 중앙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메모 형식의「야명(夜冥)」이란 짧은 글과 발문과 함께 총 4부로 나뉘어 22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구경서는 1945년 동인지『백맥(白脈)』10월호에 단편소설「곡(曲)」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발을 내딛는다. 시집『회귀선』은 첫 시집『폭음(爆音)』(삼익출판사, 1951)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구경서의 예술지상주의적 세계관과 언어를 담고 있다.
발문에서 구경서와 함께『백맥(白脈)』동인으로 활동했던 김윤성(金潤成)은 이 시집을 ‘생명의 울부짖음의 기록’이라 규정한다. 그리고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의 특성을 자유분방한 리듬과 어떤 경향에도 치우치지 않는 독자성에서 찾는다. 한 마디로 이 시집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인간의 본원적 갈망에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시집은 애초에 『백맥(白脈)』동인의 시학적 선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처럼 구경서는 이 시집에서 어떠한 가치, 규범, 혹은 행동들은 보편적으로 진실하거나 당연하며 본질적으로 인간적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은 보편주의와 동일시된다. 이때의 보편주의는 전후에 잔존하는 반인간주의적 상황을 상대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1부에 실린「서론(序論)」,「장독대」,「선(線)」,「도시(都市)의 야화(夜話)」의 시편을 통해서 이 시집의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다. 즉 구경서는 미학과 윤리학과 철학과 문학이 혼융된 결정체를 이 시집에 담으려 한다. 표제시「회귀선(回歸線)」에는 예리한 지성의 실체에 대해 말한다. 예술적 지성은 구획된 인간의 질서 속에서 포로로 있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다. 그래서 비록 약한 인간의 위치에 시인은 서 있지만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의 위치로 변신할 수 있다는 예술적 신념을 펼쳐 보인다.
이처럼 구경서는 이 시집에서 전쟁의 잔재나 기억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 그보다는 전후 한국문화의 빈곤을 인식하면서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상황이 지배하고 있는 전후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자기 나름대로 모색을 시도하였다.
이 시집은 해방 이후 등단한 신진 시인들의 시적 경향이 소멸되지 않고 전후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구경서가 이 시집에서 펼치고 있는 시 세계는 이후 한 시단의 예술지향적 흐름에 이어지고 있음을 볼 때 자못 그 뜻이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