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는 윤곤강의 여섯 번째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잠 못자는 밤》에 「살어리」, 「흰 달밤에」 등 3편, 2부 《기다리는 봄》에 「봄」, 「해바라기」 등 26편, 3부 《반딧불》에 「유월」, 「흰 나리」 등 8편, 4부 《바닷가》에 「아침 바다」, 「밤 바다에서」 등 5편, 모두 43편이 수록되어 있다.
윤곤강의 시세계는 광복을 전후로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는데 『살어리』는 『피리』(정음사, 1948)와 함께 후기에 해당되는 시집이다. 전기시에서는 암울한 현실을 우울한 정서로 그리고 있거나 투쟁에 대한 욕망, 전망에 대한 욕망을 급진적이고 격렬한 호흡으로 발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화와 풍자를 통해 현실세계의 갈등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실로 다양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세계는 해방 후 다시 큰 변화를 보이는데, 다소 서구의 시적 전통에 기울어 있었던 전기의 시세계에서, 한국 전통의 율조와 향토적 정서를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변모는 제5시집 『피리』를 거쳐 『살어리』에서 그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살어리』의 시세계는 「살어리」와 「해바라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표제시이기도 한 「살어리」에서는 고려가요 가락의 모방을 통해 전통계승과 민족정서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으며 「해바라기」에서는 지금까지의 암울한 시세계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밝고 건강한 세계를 지향하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