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바뀐 사람들』은 감태준 시인의 첫 시집으로, 도시에 사는 소시민의 비극적 존재인식을 그려내고 있다. 1970년대는 1960년대의 고도성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산업사회로의 틀이 갖추어지던 시기였다. 근대화·산업화로 경제와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농경 사회는 붕괴되어 갔으며 농촌으로부터의 인구유입으로 도시화는 급속히 진행되었다. 『몸바뀐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가속화된 도시화 과정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의 불안과 상처가 잘 드러나 있다.
『몸바뀐 사람들』에서 도시는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비극적 공간으로 상정되어 있다. 획일화 되어 있는 도시에서 공동체적 유대라든가 그에 대한 희망은 찾아볼 수 없다. 시인은 이러한 도시공간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 갈 수밖에 없는 현대 도시인의 비극적 존재인식과 함께 본래적 자아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성찰과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표제시이기도 한「몸바뀐 사람들」이나 「빨래」연작시가 도시에 표류하는 현대인들의 비극적 존재인식을 드러내는 계열의 작품들이라면, 「길」연작시는 완전히 도시인으로 정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중간자로서의 시적자아가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색의 의지를 발현하고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아버지의 겨울」이나 「두 아이」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이러한 도시의 비극성을 극복할 나름의 방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얼어붙은 세계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랑’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절대순수이다.
이처럼 시인은『몸바뀐 사람들』에서 개발과 산업화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70년대 도시공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과, 그 안에서의 자아 탐색의 과정을, 정교하고 절제된 목소리로 현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