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문리의 아이들』은 김진경의 첫 시집으로 1984년 출판사 ‘청사’에서 출간되었고 2001년 ‘문학동네’에서 재출간되었다. 김진경은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의의와 그 정신을 시적 모티프로 삼는 『오월시』의 동인으로 활동하였는바, 그의 첫 시집인 『갈문리의 아이들』에는 이러한 시인의 시대의식이 발현되고 있다.
『갈문리의 아이들』에는 「갈문리의 아이들」연작시와 「영말리」와 같이 6.25로 인한 공포와 상처를 그린 작품이 있고, 「귀향」, 「금남로에서」, 「돌」, 「지문」 등과 같이 시대의 억압과 폭력, 그로인한 상처와 절망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있다. 또한 장시 「지리산」에서는 1894년 갑오농민전쟁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로 이어지는, 백여 년의 한국 근대사의 전개 과정을, ‘어둠’의 세력과 이에 맞서는 ‘불꽃’의 대립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혼돈과 상처뿐인 우리의 근대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시인은 역사와 민중의 잠재된 힘을 발견해낸다. 그것이 시집에서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풀’이 표상하는 바이다. 풀은 흔들리고 쓰러지고 짓밟힐지언정 다시 일어선다. 또한 이 흔들림에는 획일화된 통제와 억압을 부정하는 힘이 있다. 그의 시에서 ‘풀’, ‘풀꽃’, ‘풀잎’의 형상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 즉 민중의 모습이자 바로 시인 자신에 대한 비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갈문리의 아이들』은 암울한 시대의 절망적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음과 동시에, 이러한 고통의 중심에서 강인하게 이어지고 있는 민중의 생명력을 그리고 있다. ‘풀’로 표상되는 이 민중의 잠재된 힘은 시인으로 하여금 미래를 꿈꾸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