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10월 18일 전라북도(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46년 전주 남중학교에 입학한 이정환은 1947년 전주농업학교로 전학한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출전한다. 북한군과의 포항 전투 중 포로로 붙잡히지만 탈출에 성공한다. 그 후 다시 육군에 입대한 이정환은 탈영했다가 붙잡혀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7년 옥살이 끝에 1958년 특사로 출옥한다. 이후 전주에서 서점 경영으로 고단한 생활을 이어간다. 1969년 『월간문학』에 「영기」가 입선되었고 이듬해 같은 잡지에 「안인진 탈출」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다. 1984년 55세의 나이로 작고한다.
이정환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극적인 사건을 체험하며 평범하지 않은 개인사를 살아온 작가이다. 문학을 작가 체험의 산물로 정의한다면, 이정환 문학은 이 정의의 출중한 예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1969년 『월간문학』의 입선작인 「영기」는 남사당패들의 애환과 삶의 비애를 서술한 소설로 그 소재가 특이해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 해 후 같은 잡지에 발표된 「안인진 탈출」은 이정환 문학의 한 축을 형성하는 소설로 이 소설에는 그의 교도소 생활과 병고, 가난 체험이 반영되어 있다. 이정환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집 『까치방』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라 할 억압적인 감금생활과 밑바닥 체험을 형상화해 주목받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유가 제약된 1960,70년대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형상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76년 계간지 『창작과비평』에 발표된 장편소설 『샛강』은 이정환의 문학적 자서전으로 손색이 없다. 이 장편소설은 서울 변두리에 거주하는 가난한 서민들의 척박한 일상을 대단히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얼마나 억척스럽게 자신들의 삶에 헌신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샛강』은 이정환의 문학적 자서전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1970년대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탁월한 사례로 읽히기도 한다. 주요작품으로는 「영기」, 「벽 속의 화자들」, 「까치방」, 『샛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