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일제에 땅을 빼앗긴 농민들이 땅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투쟁사를 그린 작품이다. 나주 양진사댁에서 대대로 종살이를 해온 웅보와 대불이 형제가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1886년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자 영산강 지류의 새끼네에 터를 잡는다. 새끼네에는 웅보와 대불이 형제처럼 자유를 찾아 노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이들은 자연스레 마을을 이루며 살아간다. 그들은 버려진 영산강변에 농사할 땅을 마련하는 등 삶의 터전을 일궈 나간다. 근대 전환기 민중의 표상인 웅보는 양진사댁 종이었던 쌀분이와 혼인할 뿐만 아니라 같은 처지의 노비 출신들과 함께 자연 재해를 극복,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오랜 가뭄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그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땅을 국가에서 몰수해버린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분노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지킬 목적으로 민란을 일으킨다.
이처럼 노비 세습제라는 한국 근대사의 주요 사건을 배경으로 노비 출신들의 삶의 투쟁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목포의 개항과 부두노동자의 쟁의, 1920년대 소작쟁의, 1929년 광주학생운동 등으로 그 서술의 시대적 배경을 확장하며 뚜렷한 주인공 없이 200여명에 가까운 민중들을 등장시킨다. 웅보와 새끼네로 모여든 민중들은 노비 출신과 사회 하층민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들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구현하는 역사의 주인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더불어 새끼네 민중들을 억압하는 양반층의 횡포와 관리들의 탐학에 대해서도 이 소설은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1975년 『전남매일신문』에 「전라도 땅」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연재되다가 중단되고, 1980년 4월부터 『월간중앙』에 5개월간 개작본이 연재되다가 또다시 중단되었다. 이후 198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7권으로 간행했으며, 두 권을 추가하여 2002년 총 9권으로 소명출판사에서 완간하였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부터 전개된 한국 근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노비들이 어떻게 역사적 주체로서 탄생하며 민중으로 호명되었는가를 서술하는 대하소설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영산강 지류 새끼네 호남 민중들의 서사를 한국 근대 민중의 서사로 승화하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