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운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중 처형된 좌익인사다. 법운의 어머니는 남편의 처형에 충격을 받아 가출한다. 어머니의 가출 이후, 종조모댁에 잠시 머물던 법운은 종조모댁 산장에 머물고 있던 지암 스님을 만난다. 지암 스님의 설법을 듣게 된 법운은 진정한 구도를 성취할 목적으로 출가한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방황하던 법운은 우연히 들르게 된 벽운사에서 파계승 지산을 만난다. 지산은 불교의 계율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는 파계승이다. 지산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를 위해 법관이 되고 싶어 했지만 인간이 인간을 재판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껴 입산한 인물이다. 수행 중 석간수를 마시러 나왔던 지산은 딱 한번 눈길이 마주친 여인으로 인하여 파계의 길을 걷게 된 인물이다.
이러한 지산에 법운은 이끌리지만, 법운은 지산처럼 과감한 파계에 이르지는 못한다. 법운과 지산은 오대산 암자에 거처를 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산은 법운과 함께 암자 아래 술집에서 술이 취해 돌아오다가 산중에서 얼어 죽는다. 법운은 자살을 생각하지만 자신의 수행이 피안으로의 도피를 꿈꾼 것이라고 반성한다. 그리고 진정한 구도는 피안이 아니라 불쌍한 중생을 구제하는 것에 있다고 깨닫는다. 그래서 법운은 여자와 동침하며 다음날 아침, 환속한다.
진정한 구원과 성불의 문제를 종교적 배경으로 그려낸 자전적 소설이다. 한국문단에서 불교소설이라는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소설은 진정한 구도는 계율과 피안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속에 있다는 것을 제시함으로써 구도의 의미를 갱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