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함박눈이 내린 동학사에 등산복 차림의 일행 넷이 들어선다. 이들은 절 주변을 보고 갑사로 오른다. 일행의 눈에 비친 갑사 가는 길은 설국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갑사에 이르자 한일자로 세워 놓은 계명정사가 보였고 뜰 좌편 가에는 남매탑이 보였다. 남매탑에는 신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 원년에 당승 상원대사가 이곳에서 움막을 치고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밤, 큰 범 한 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 아가리를 벌리기에 상원대사는 죽기를 각오하고 범 아가리에 걸린 인골을 뽑아 주었다. 여러 날이 지난 뒤, 그 범이 처녀 하나를 물어다 놓고 가버렸다. 그 처녀는 경상도 김화공의 딸이었다. 대사는 김화공의 딸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으나 상원대사의 인격에 반한 처녀는 부부의 인연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상원대사의 불심은 변하지 않았고 이에 처녀는 상원대사와 의남매를 맺는다. 그들은 서로 불도에 힘쓰다 서방정토로 떠난다. 이 신묘하고 감동적인 남매탑의 전설은 언제나 등산객의 심금을 울린다.
고전문학 연구자이면서 수필가인 이상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녀와 금수가 경계를 초월해 만들어낸 신묘한 전설을 바탕으로 갑사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 수필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