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조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공연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음악 갈래 중 하나이다. 산조의 미를 여유 있게 음미할 수 있는 조건 밖에서 연주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산조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산조가 연주되었는데, 이를 짧은 산조라고 부른다. 산조 명인들이 청자들의 청취 수준과 취향 그리고 연주 공간의 성격에 따라 산조 한바탕 가운데 청중을 단시간에 사로잡을 수 있는 산조를 연주했다. 산조명인들은 긴 산조를 재구성하여 7분∼10분 내외로 짧게 연주한 것이 짧은 산조를 만들어냈다.
산조란 다스름으로 시작하여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 등 점점 빠른 장단을 연속해서 이어가는 독주음악이다. 유성기 음반 녹음 시절, 즉 해방 전까지 산조 한 바탕의 연주 시간은 길어야 20여분 내외였지만, 해방 후에는 산조 제2, 3세대 명인들의 창작과 연주가 심화되면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명인들은 산조사와 공연조건을 통찰하고 긴 산조의 음악적 매력을 10분 내외로 축약하여 연주하는 짧은 산조를 연주했다.
짧은 산조는 지성적 이해보다는 감각적 이해를 우선시하여 긴 산조를 편곡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장대하고 긴 산조 가운데 청중을 고려하여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부분을 중심으로 편곡하거나, 즉흥 연주를 시도하기도 한다. 짧은 산조는 긴산조 전체에 대한 축약 즉, 다스름 및 느린 진양조부터 빠른 단모리까지 연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대목 즉,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만 구성되기도 한다. 이를 짧은 산조와 구별하여 도막산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짧은 산조에는 긴 산조에 사용되는 모든 조성들과 연주 기교가 모두 등장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따라서 짧은 산조를 통해서도 개별 유파의 묘미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산조의 깊이를 음미하려고 할 때 짧은 산조는 변화의 전개에 한계가 있다. 짧은 산조는 산조 전문 공연이 아니라 여러 갈래의 음악이나 무용 등이 함께 공연되어야 하는 환경에서 연주되거나, 음반 녹음 시 다양한 음악 갈래를 한 음반에 담아 제작하려할 때 연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