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의 시 「비어」는 모두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임진택의「소리내력」은 이 중 첫 번째 대목에 해당한다. 1994년에 발매된 음반에 의하면, 주인공 안도의 죽음 전후로 전반부는 우조 및 경드름을 후반부는 계면조를 위주로 한다. 아니리를 포함하고 있고, 이야기의 극적 전개에 따라 진양, 중모리, 세마치, 자진머리, 엇모리, 휘모리, 엇중모리 등의 장단과 도섭을 활용하며, 저항적·해학적 사설의 의미를 붙임새를 통해 강조했다. 전통적인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긴장감과 음악성을 소리꾼의 구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연주 시간은 약 30분이다.
도시빈민이었던 주인공 안도가 생의 고단함을 토로한 것이 권력에의 비판으로 해석되어 억울한 재판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안도는 그 원한을 풀기 위해 원혼이 되어서도 감옥의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해 벽을 찧는데, 그 때 나는 쿵 소리에 권력자들이 두려움에 떨게된다는 내용이다.
1971년에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를 부당하게 생각했던 시민들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에 정부는 일방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시민들을 감시했다. 불안한 시국과 억압적 권력 속에서 시민들은 정당한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고, 근대화 과정 중에 노정된 도시빈민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지하는 이러한 현실을 가톨릭 잡지『창조』(1972, 4월호)에 실린 그의 담시 「비어」를 통해 비판했다. 임진택은 김지하의 「비어」를 저본으로 「소리내력」을 만들었다.
1974년 12월 31일 ‘민청학련 구속자 석방을 위한 문화행사’에서 임진택은 김지하의 담시(譚詩) 「비어(蜚語)」에서 사설을 취하여 작창과 소리를, 이애주가 북 반주를 맡아 초연했다. 초연 후 20년 후에 음반으로 발매되었다. 음반에서는 임진택이 소리를 했고 고수는 이규호가 맡았다. 안도의 죽음 이후 초연에는 없었던 아쟁, 대금 반주가 붙었다.
「최병두 타령」(1908) 이후 정면으로 당대 사회와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창작 판소리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