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후 서양음악의 수용으로 한국 전통음악계에는 ‘국악관현악’ 및 ‘국악실내악’ 등 서구의 악기편성에서 유래한 신용어가 등장했다. 이미 한국 전통사회에는 노래ㆍ악기ㆍ춤ㆍ곡예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던 각종 예인집단과 풍류를 즐기던 가단(歌壇) 및 악회(樂會) 등 다양한 음악모임들이 존재했다. 전통사회의 음악집단과 국악실내악단의 주요한 차이는 음악이 행해지는 장소에 있다. 이전 시대 대중이 즐기던 음악은 마을의 언덕이나 넓은 마당, 사택의 풍류방 등 일상의 삶과 하나로 연결된 공간에서 향유되었지만, 서양식 공연무대의 등장으로 삶의 공간과 예술의 공간이 분리되었고, 이와 함께 연행자와 관람자도 무대와 객석으로 나뉘어졌다. 따라서 무대에서 공연하는 국악연주단체는 이전 음악집단과 달리 통상적으로 국악실내악단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창기 국악실내악단으로는 「민속악회 시나위」(1969년 창단), 「정농악회」(1976년), 「한울림예술단」(1978년) 등이 있다. 「민속악회 시나위」는 민속악의 발굴ㆍ전승ㆍ재창조를 위하여, 「정농악회」는 정악의 전통을 충실히 잇고자, 「한울림예술단」은 사물놀이의 보급과 발전을 위하여 창단되었다. 1980년대 초에는 국악사양성소 출신 연주자들이 「해경악회」(1980년), 「율려악회」(1981년), 「한국창작음악연구회」(1982년) 등을 조직하여 전통악곡과 창작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국악실내악단의 등장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이때 국악계는 국악을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고자 국악실내악운동과 국악가요운동을 전개하였는데,「슬기둥」(1985년)과「어울림」(1987년)이 그선두에 있었다. 이들은 국악기와 신디사이저ㆍ기타 등의 서양악기를 혼합편성함으로써 국악실내악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며 이후 탄생하는 국악실내악단들의 모델이 되었다.
1990년대 들어 국악실내악단의 장르 복합적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국악과 서양클래식, 국악과 재즈, 국악과 힙합ㆍ록ㆍ다른 나라의 민속음악 등이 혼합되며 국악실내악은 소위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출현시켰다. 1990년대에 결성된 대표적인 국악실내악단으로는 여성국악실내악단 「다스름」(1990년), 창작타악그룹 「푸리」(1993년), 동종악기 앙상블의 문을 연 「서울 새울 가야금 3중주단」(1993년), 퓨전타악그룹 「공명」(1997년), 가야금앙상블 「사계」(1999년) 등이 있다.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크로스오버와 월드뮤직을 지향하는 국악실내악단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연예기획사에 의해 경영되는 악단의 수도 늘고 있다. 반면 자본과 기획사의 상업적 논리에 종속됨 없이 우리의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2008년 가야금앙상블 아우라ㆍ국악뮤지컬집단 타루ㆍ정가악회ㆍ키네틱국악그룹 옌ㆍ태동연희단 등의 단체가 모여 '젊은국악연대'를 결성하였다. 2007년부터 열린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과 2010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국립극장의 '여우락(樂) 페스티벌'은 다양한 국악실내악단들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축제마당이다.
국악실내악단은 지향하는 음악과 가치관, 단원구성 및 악기편성, 공연의 내용과 형태, 활동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전통음악만을 온전히 연주하고 있는 단체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이 전통음악과 작곡가에 의한 창작음악 또는 악단 스스로 창작한 음악들을 복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악기편성과 장르 간 교섭을 통해 혼종적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단체로는 「오리엔탈리카」, 「The林(그림)」, 「바이날로그」, 「강은일 해금플러스」, 「월드뮤직앙상블 이도」, 「토리 앙상블」, 「어쿠스틱앙상블 재비」, 「훌(Whool)」, 「비빙(Be-Being)」, 「옥스(AUX)」, 「들소리」, 「노름마치」, 「바람곶」, 「앙상블 시나위」, 「프로젝트락」, 「불세출」, 「고래야」 등이 있다. 작곡가와의 작업을 통해 서양의 현대예술음악을 한국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단체로는 「한국현대음악앙상블」과 「코리언 뮤직 프로젝트(Korean Music Project)」가 있다. 반면 서양악기와의 혼합편성을 피하고 전통음악의 깊이에 보다 천착하고자 하는 단체로는 「정가악회」와 「민속악회 수리」 등이 있다. 동종악기 편성의 실내악단으로는 「숙명가야금연주단」, 가야금앙상블 「사계」ㆍ「여울」ㆍ「아우라」ㆍ「가야금 퀄텟 케이(K)」, 「거문고팩토리」, 「거문고회 감」, 「금화악회」, 대금실내악단 「금마루연구회」, 「한양대금앙상블」, 「한국아쟁악회」, 「한국생황연구회」, 「한국피리음악연구회」, 「양금연구회」 등이 있다. 그밖에 스승과 그 문하의 제자들로 구성된 「금률악회」, 「동보악회」, 「임전금회」, 「해금연구회」 등이 있다.
한국음악사에서 국악실내악단이라고 통칭되는 연주단체들의 역사가 오래지 않은 만큼 이들의 성격과 음악에 대한 평가는 시비가 엇갈린다. 국악의 영역을 뛰어넘는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국악의 영역확장을 통한 진보적 발전으로 보는가 하면, 전통을 극복대상으로 여기고 국악을 서구화하는 것은 민족문화의 예술정신을 왜곡하며 국악의 입지를 좁히는 행위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국악실내악단이 창출해내는 음악의 범주화 및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국악계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지구화 시대의 문화론적 관점에서도 쉽게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사안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 연주단체에 국악이라는 명칭이 주어져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이 ‘악(樂)’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실현하며 인격을 완성하고자 했던 한국 전통예술정신을 얼마나 깊이 있게 되살리고 가꾸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