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가요를 내용과 주제에 따라 송가ㆍ당정책가요ㆍ노동가요ㆍ서정가요ㆍ혁명가요ㆍ행진가요ㆍ민요ㆍ동요 등으로 구분하는데, 군중가요란 주민들이 독창이나 합창으로 쉽게 부를 수 있는 서정가요와 당정책가요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군중가요는 김일성의 초기 항일혁명투쟁시기에 불려진 혁명가요로부터 기원한다. 1972년 평양에서 발행된 『문학예술사전』에는 “오늘 우리의 군중가요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령도하신 영광스러운 항일혁명투쟁과정에서 창조 보급된 혁명가요의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여 찬란히 개화발전하고 있다. 그리하여 간결하고 선명한 시적형상과 민족적 바탕에 기초한 연하고 부드럽고 락천적인 선율형상이 유기적인 통일을 이룬 군중가요들은 언제 어디서나 인민들이 즐겨 부를 수 있는 혁명적이고 통속적인 노래로 발전하고 있다.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위대한 혁명사상과 그 구현인 우리 당정책을 폭넓고 기동성있게 해설하는 군중가요들이 많이 창작되여 근로자들을 당의 유일사상으로 무장시키며 혁명화, 로동계급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북한의 가요는 크게 혁명사상을 주제로 한 가요와 생활 속에서 발생한 감정을 다룬 가요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혁명가요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북한음악에 1980년대 중반부터 생활가요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전후세대의 등장으로 혁명가요만으로는 인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00년대 이후 북한문화는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며 허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생활가요를 늘리며 음악문화의 내용을 다양화하고 있다.
군중가요는 대중이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간결한 형식을 통하여 알기 쉽게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음악적 선율로 형상한다. 북한가요는 인민성과 통속성의 원칙에 입각한 절가형식으로 창작된다. 군중가요 역시 대부분 절가형식이다. 절가형식은 구조가 간결하여 가사 전달이 용이하고 곡을쉽게 외울 수 있는 반면, 지나친 선율 반복에 의한 상투성이 단점이다.
애창되는 군중가요로는 「처녀시절」, 「나의 별」, 「사랑하시라」, 「전사의 염원」, 「나는 영원히 그대의 아들」, 「잊지말자 우리 우정」,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2백인 전투의 노래」, 「김정일화(花)」, 「도시처녀 시집와요」, 「푸른 버드나무」, 「사랑의 미소」, 「기다렸습니다」, 「임진강」, 「내 이름 묻지마세요」, 「나의 사랑 나의 행복」, 「여성은 꽃이라네」, 「아직은 말못해」, 「나의 어머니」 등이 있다.
북한은 군중가요 보급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각 지역 당조직의 지도하에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별로 노래보급 책임자를 임명하여 휴식시간과 일과 후, 각종 모임 시작 전후 시간을 이용해 노래보급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각 직장별로 노래모임, 노래해설, 노래공연시간을 늘리는 한편, 방송의 가요프로그램 확대편성,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 문화예술의 기본정책인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자본주의 엘리트문화의 권위를 부정하고 민중이 주체가 된 새로운 군중문화를 창출한다는 것이었는데, 북한가요는 인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가요가 아닌, 위로부터 주도된 당 중심의 기획이었다. 최근 북한의 군중가요가 생활감정이나 연애감정 등을 반영하며 그 내용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북한정치의 기본노선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상이 북한사회의 전면적인 변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