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부군당에서 지역민들이 모여 부군당 내부에 봉안된 열 두 분의 마을 수호신(걸립님, 가망님, 산신님, 제석님, 별상님, 부군님, 대감님, 호구, 장군님, 군웅님, 기마장군님, 창부님)을 모시고 정기적으로 당굿을 지내어 지역민들의 대동단결은 물론이고 각 가정 및 지역 구성원의 무사태평, 부귀공명, 수명장수 등 축재초복(逐災招福)을 위하는 마을굿이다. 화주들이 참여하는 유교식 의례와 무당들이 참여하는 무교식 의례를 겸하여 치루는 대규모 행사이다.
400여 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태원 부군당굿은 애초에는 일 년 두 차례인 정월달과 4월 달 길일을 골라 당주무녀가 주재하는 큰굿을 하고, 7월 달과 10월 상달에는 화주(貨主)들이 주재하는 간단한 당고사를 치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의례 횟수는 줄어들었고, 1960년대부터는 규모나 형식이 더욱 줄어들었다가, 2000년대가 되면서 4월달 봄에 큰굿을 하고, 당고사는 가을에 행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봄·가을로 간단한 당고사만 지내고 있다.
당굿은 4월 초하룻 날 오전부터 시작하여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다. 당굿은 부군당에서 가장 큰 행사이기 때문에 큰굿으로 부르거나, 당굿·부군당굿·부군당제·묘제·부군묘제 등으로 부른다.
당굿 날이 잡히면 보름 전부터 부군당 출입구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깔아 부정한 사람이나 짐승 또는 해로운 것들이 침범치 못하도록 한다. 며칠 전부터는 마을 원로들이 모여 화주를 선정하고 동민들을 대상으로 행사 비용을 거둔다.
제물은 시루떡, 우끼, 절편, 백설기, 인절미, 두부(소적), 산적(소고기), 탕, 청주, 삼색나물, 밥, 물, 북어포, 튀각, 약과, 산자, 옥춘, 밤, 대추, 배, 사과, 감,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올리고, 당굿은 주당물림-길군악-당울림-부정청배-가망청배-진적-대내림-서낭거리-본향바래기-상산거리-무감서기-밥솥띄기-군웅거리-황제풀이-불사제석거리-창부거리-귀면거리-씨앗팔기-뒷전-소지올리기 등으로 진행된다.
원칙적으로 당굿의 모든 재정은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행사 비용을 마련하지만, 근래에는 관공서로부터 마을전통문화 전승지원금 일부를 받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태원 부군당굿의 당주무녀 전승계보는 연채 할머니-동씨(일명 곰보만신)-금니백이 만신(1900~1982)-박어진(朴於珍, 일명 왕십리 오토바이, 1923〜1995)-민명숙(閔明淑, 현재 전승자, 일명 이태원 창수엄마, 1930년생) 등으로 이어져 왔다.
근현대의 산업화 과정에서도 옛 관습을 이어받아 민족신앙의 뿌리를 유지하며 지내 온 마을당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민족 신앙의 원형적 산실에서 거행되고 있는 전형적인 서울지역 마을굿인 동시에, 지역성을 표명하는 민간신앙의 상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