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란 때 평안도에서 월남한 무당, 악사, 단골들이 남한 땅에서 전승하여온 평안도 식 무속의례로 성황대제와 다리굿이 대표적이다.
성황대제는 지역민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역 구성원의 무병장수는 물론 대동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되는 큰굿이다. 그 제차는 성황님 모셔오기-주당물림-감흥굿-칠성굿-타살굿-영정굿-조상굿-군웅굿-성황굿-대감굿-작두굿-사신풀이-성황님 모셔가기 순이다.
다리굿은 죽은 망자를 천도하기 위해 치러지는데 크게 안당굿과 기밀굿 그리고 뒷전으로 나누어 행해진다. 안당굿은 당울림-주당푸념-앉은감흥청배-칠성굿-영정굿-액맥이타령굿-조상굿-감응굿-조상보내는굿-대감굿 순이며, 기밀굿은 사자굿-세경돌기-수왕세텬-몸다리 들어섬-다릿발 가르기 그리고 뒷전을 한다.
① 쌍장구 연주
타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지는 쌍장구(또는 겹장구) 연주가 독특하다. 상장구와 하장구 두 장구가 한조를 이루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인데 하장구가 상장구 리듬을 보좌하게 된다. 상장구는 굿 음악을 리더하면서 대무당과의 호흡을 맞추면서 굿을 이끌어 나간다. 제금(무당이 쓰는 악기)도 원칙적으로 상제금과 하제금이 화합을 이루는 쌍제금이 연주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 명이 제금을 연주하기도 한다.
② 술말이
타악기 연주자들 중에서 전체적 음악을 이끌어가는 악사는 상장구이다. 이를 ‘술말이’라고 하는데, ‘술’은 소리(창)을, ‘말’은 언어 · 재담 · 무가를, ‘이’는 행위자를 가리키는 말로 굿판에서 ‘굿소리와 굿문서 관련의 말을 행하는 자’를 뜻한다. 연구자에 따라서는 ‘술맞이’라 하고, 술(소리)맞이(맞는다)로 풀이하기도 한다. 술말이는 신내린 무당은 아니지만 굿 소리와 재담을 잘하고 장고 또한 전문으로 연주한다. 이러한 술말이는 푸념을 직접 행하거나 뒷전을 전담하면서 무당을 받드는 바라지 역할을 하는 굿판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다.
③ 신춤
신춤은 신과 접신되어 표현되는 종교신앙 목적의 의례춤이다. 그래서 신이 지시하는 행동이나 언어가 춤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형식의 춤을 평안도 무당들은 ‘거상(거성)한다’고 말한다. 거상(擧床)이란 굿청에 진설한 의례상을 들어서 신에게 바치는 행위인데, 이때 연주되는 의례음악을 거상악(擧床樂)이라 한다. 그리고 거상악에 맞추어 추는 춤을 거상춤이라 한다.
④ 신악(神樂)
신악은 쌍장구와 쌍제금의 타악기 연주와 더불어 쌍피리, 대금, 해금의 삼현육각 연주가 곁들여지고 쇄납이 연주된다. 그래서 과거 평안도 굿의 거상악은 단순한 타악기 구성의 음악이 아니라 관현악 연주가 포함되는 화려한 음악이었다. 이러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신춤 또한 화려하고 장엄하였다.
⑤ 신복(神服)
신복은 철릭, 전복, 장삼 등 옷으로 되어 있지만 그 명칭은 해당 굿거리 또는 모셔지는 신령에 맞추어 부른다. 이를테면, ○○거리옷, 애기씨옷, 창부옷 또는 ○○의대(衣帶), ○○관디(冠帶) 등이라 한다. 신복은 또한 동일 형태의 것일지라도 색상에 따라 달리 명명되어져 홍관디, 청관디 등으로 불러진다. 이와 같은 호칭을 쓰는 것은 일반인이 입는 옷과는 달리 신령의 옷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복에는 색 개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서 굿거리, 신령 역할과 기능 등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신복이 존재한다. 이러한 형태의 평안도굿 신복은 조선시대 관복이나 예복의 형태와 비슷하다.
⑥ 장단
장단으로는 푸념장단, 비나수장단, 긴염불장단, 자진염불장단, 푸념장단, 굿거리장단, 벅구장단, 굿장단 등이 있다. 푸념, 비난수, 염불(긴염불, 자진염불) 등은 청배 장단이고 굿거리장단, 굿장단, 벅구장단 등은 춤 장단이다.
과거 평안도에서의 성황대제는 짧게 하면 3일이고 넉넉하게 하면 5일 또는 7일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성황대재 때는 마을민들이 음주를 곁들이며 춤을 추고 흥을 돋우어 축제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굿 복색도 대무당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신복을 굿청 옆에 줄을 매어서 걸어둔다. 신구며 모든 장식품 등도 굿청에 진설해 두고 사용한다.
성황대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굿청 앞에 마련된 ‘제전(祭錢)그릇’에 사람들이 금품을 희사하기도 한다.
성황대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대무당이 종이꽃으로 장식하여 만든 ‘꽃둥지’를 탄다. 꽃둥지를 신목(神木)으로 받드는 고목나무에 동아줄을 매어 걸어두고 서서히 잡아 당겨 꽃둥지가 올라가도록 한다. 꽃둥지를 타고 있는 대무당은 하늘로 올라가면서 승천무(昇天舞)를 춘다. 대무당은 춤을 추면서 미리 준비해 둔 복주머니를 참관자들에게 뿌린다. 꽃둥지 아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복주머니를 받기 위해 앞 다투어 손을 내민다.
성황대제가 종료되면 성황신을 다시 신여(神輿)에 태워 성황당으로 모셔간다. 이때에도 사람들이 행렬대에 뒤 따른다. 성황신을 성황당에 모셔다 두면 모든 의례가 끝난다. 한편, 꽃둥지에 달았던 동아줄은 신목에 매달아 두는데 이것을 ‘신명줄’이라고 부르고 일 년 내내 마을 사람들이 기원 하거나 죄를 참회할 때 신목의 동아줄을 붙잡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평안도 다리굿은 죽은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열시왕(十王) 앞에서 심판을 받는다고 하여 수왕(十王)굿이라고 불러졌다. 다리굿을 살아 있을 때 하면 장수하고 죽은 후에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전통이 오래되었다. 그래서 나이든 노인을 위한 다리굿이 성행하게 되었는데 이를 ‘산다리굿’이라고 칭한다.
평안도 다리굿은 대동강 물을 먹고 자란 무당이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서도(西道) 창법으로 목을 써서 평안도 특유의 지역적 굿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평안도 굿소리 독창성은 창법에 있다. 맑고 청정한 목청을 내면서도 또한 속소리와 콧소리가 섞여 격하게 떠는 이른바 떨목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산염불, 비난수, 푸념 등 굿에서 불러지는 굿소리들은 서도 창법으로써만 그 맛을 낼 수가 있는 것이다.
다리굿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조상다리, 사자다리, 망자다리, 수왕다리 등으로 불리는 ‘다릿발’ 의례이다. 다릿발이란 기다란 천을 느려 뜨려서 죽은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게 하는 일종의 저승으로 가는 길을 상징하는 것이다. 삼베와 무명 또는 소창으로 된 일곱 자 일곱 치 길이의 천으로 준비되는 다릿발을 굿청 중앙으로부터 바깥까지 기다랗게 늘어 뜨려 놓고 굿을 주관하는 대무당이 굿소리를 하며 다릿발을 가른다.
성황대제와 다리굿은 2007년 평안북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었다. 평안도굿은 1세대 대무당으로 활약했던 이선호와 정대복 등이 전승하다가 작고했고, 그들의 후계자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옛 굿문서를 지키려는 전승자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전승 활기는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전승자는 이선호-정대복계열의 이정연팀, 김남순팀, 민주홍팀 그리고 이선호-박인재계열의 이원자팀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