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을사늑약 이후에 멕시코 유카탄으로 이민을 간 한인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역사소설이다.
1905년에 을사늑약으로 인해 대한제국은 운명의 기로에 놓였다. 이 때 한인 1,033명은 배를 타고 멕시코로 이민을 하였다. 멕시코 한인은 계약노동으로 4년 동안 여러 에네켄 농장에 흩어져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1909년에 계약기간이 끝나자, 일부 한인은 채무 때문에 여전히 농장에 묶여 에네켄 잎을 자르는 일을 하였지만, 대부분의 한인은 자유로운 몸으로 메리다(Mérida) 등 도시로 이주하였다.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멕시코 전역을 떠도는 생활을 꾸려 나갔다.
1910년에 멕시코 혁명의 바람이 유카탄에도 불었다. 내전이 점차 격렬해지면서, 한인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져 일부 한인은 죽임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멕시코의 이웃 나라인 과테말라에서도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과테말라 혁명군은 한인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면서 참전을 요청하였고, 한인 42명이 과테말라 북부 밀림 지역에서 정부군과 교전하였다. 이 때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신대한(新大韓)’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나라를 세울 것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전투가 점차 잦아들면서 과테말라 정부군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인해 한인 대부분은 전사하고 말았다.
이 작품은 김영하의 초기 작품인『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이후에 본격적으로 쓴 첫 장편 소설이다. 멕시코 최초의 한인 이민자들이 겪었던 고단한 삶을 다룬 역사소설로, 역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작가 특유의 경쾌한 문체와 자유로운 상상력을 토대로 삼아 쓴 작품이다. 특히 한국근대사의 비극적 단면을 비추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근대 이후 한국역사에 대한 냉정한 성찰도 덧붙였다.
2003년에 발간되었는데, 김영하는 이 작품으로 2004년에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해외에서도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