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모란문호는 2009년 12월 23일에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곧게 뻗어있는 구연부와 부풀어있는 당당한 어깨, 하부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다가 굽 가까이에서 살짝 외반하는 입호(立壺) 형태의 청화백자다. 입호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구연부가 직립하는 경향을 보이고, 어깨가 당당하게 부풀어 올랐다가 굽으로 내려가면서 급격하게 폭이 줄어든다. 이 항아리는 그러한 면을 잘 보여준다. 청화 발색이 남색에 가깝고 시유도 매끄럽게 잘 되어 있다.
또한 18세기 청화백자에서 보이는 장식 공간 활용의 특징은 주제문과 종속문대(從屬文帶)를 1~2줄의 선으로 구획하는데 그 선의 위치가 아래위에만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문양 장식의 폭도 넓어져 산수문과 초충문(草蟲文) 등도 더 자주 사용되었다. 이 백자에는 동체부 전면에 모란을 횡으로 절지 형태로 장식하였으며, 그 사이에 곤충을 그려 넣어 한 폭의 초충도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것은 18세기 청화백자 문양 장식의 추세를 따른 것이다. 설백색의 유색 사이로 붉은 색이 보이는 것은 가마에서 소성 당시 일부 산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항아리처럼 구연부가 수직으로 길게 직립하고 문양대를 몇 개의 선으로 구획한 것은 조선 후기 백자 항아리의 기형과 문양 장식에서 자주 보이는 형식이다. 즉 구연부와 동체부가 만나는 곳과 동체부 하단 중간에 여의두문대(如意頭文帶)를 두르고, 동체의 하단은 이중의 청화선을 둘러 중심 문양과 공간을 구획하였다. 그 아랫부분에는 다시금 여의두문대로 장식하여 주제 공간과 종속 공간의 구분이 명확하다. 이 청화백자 항아리는 주제문으로는 횡으로 뻗은 절지 형태의 모란문을 크고 간략하게 표현하였으며, 곤충과 초문은 굵은 선으로 띄엄띄엄 배치하고 속필로 처리하였다. 동체부 하단 대부분을 여백으로 남겨두고, 여의두문대만 간결하게 장식하여 시원한 공간감을 연출하였다.
이 청화백자는 문양의 정교함이나 사실성은 약간 떨어지나, 입호의 전형적인 기형과 선을 이용한 공간 구획방식, 커다란 모란 절지문을 중심으로 한 초충문 장식 등 조선 후기 형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자사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