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邑)은 일반적으로 고을 전체를 가리키는데, 때로는 고을의 중심지만을 의미하기도 한다.「함흥읍도」는 함흥 전체가 아니라 읍성(邑城)과 바로 주변 등 함흥의 중심지만 그린 지도이다.
전라남도 화순군에 속한 능주(綾州)를 본관으로 하는 능성 구씨(綾城具氏)의 가문에 여러 고문서, 영정 등과 함께 소장되어 오던 지도다. 지도의 정확한 제작 시기와 제작자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함경도의 회령도호부와 장진도호부에서 무관을 지냈던 구칙(具侙, 1680∼1754)과 구재중(具載重, 1770∼1832) 관련 유물로 이해되고 있다.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2011년 7월 20일에 충청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1축의 족자로 되어 있으며, 세로 107.8㎝ 가로 68.2㎝의 크기다. 족자의 외곽선 부분이 일부 훼손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조선 후기에는 수도인 서울뿐만 아니라 평양 · 전주 · 함흥 · 청주 등의 감영 소재지와 진주 등 일부 큰 고을의 중심지에 대한 그림식(繪畵式) 지도가 병풍 또는 족자의 형태로 만들어져 예술적 감상을 위한 작품으로 이용되었다. 함흥은 조선의 건국자 태조 이성계가 중앙에 진출하기 전의 주요 근거지로서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모시고 제사를 올리던 본궁(本宮)이 있었다. 이와 같은 중요성을 반영하여 함흥은 평양과 함께 단독의 그림식 지도가 가장 많이 제작된 고을 중의 하나이며,「함흥읍도」도 그런 경향성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함흥의 중심지는 고을의 주산인 반룡산(盤龍山)을 북쪽으로 등지고 남쪽 성천강변의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함흥 읍성은 북쪽의 산지와 남쪽의 평지를 동시에 포괄한 평산성(平山城)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북문이 없는 남문, 서문, 동문의 3대문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읍성 내에는 작은 산줄기로 둘러싸인 최고의 명당에 관찰사가 근무하는 선화당(宣化堂)이 자리잡고 있다.
「함흥읍도」에는 함흥읍성의 성벽, 성문과 누정 등의 성곽 시설, 주요 관아 건물, 일반 민가의 모습 등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성천강(成川江), 그 위의 유명한 다리인 만세교(萬歲橋), 성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만든 장제(長堤) 등의 인공 제방 및 숲의 모습도 선명하다. 만세교의 위와 아래를 오가는 사람과 말 및 인력거의 모습, 나무와 숲 및 지형에 대한 묘사에는 지도적 속성보다는 예술적 그림의 속성이 강하게 담겨 있다.
조선 후기에는 지도이면서도 예술적 작품의 속성을 강하게 담고 있는 그림식 고을 지도의 제작이 유행했는데,「함흥읍도」는 그와 같은 흐름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