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션’으로 기록된 수선(首善)은 수도를 의미하는 일반 명사 중의 하나다. 청나라에서도 ‘수선전도’라는 이름의 지도가 제작되었는데, 이때에는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의 지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선전도’가 서울의 지도를 의미하며, 가장 유명한 것이 이 지도의 모본(母本)이 되었던 1840년(헌종 6)대김정호의 목판본「수선전도」다. 이 지도는 연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북장로교 의료선교사였던 헤론(J. W. Heron) 박사의 유품이다. 2010년 2월 11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지도의 정확한 필사 연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덕수궁(지도에는 명녜궁) 부근에 1890년(고종 27)에 준공된 러시아 공사관인 아라사 공사관이, 1896년에 헐리는 서대문 밖의 모화관이 표기되어 있어 그 사이에 필사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도의 이름인 ‘수선전도(首善全圖)를 제외하면 모두 한글로 써 있고, 도성의 문(GATE)을 비롯한 주요 정보가 여백에 영어로 써 있는 등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선교사를 위해 제작되었다.
지도의 크기는 세로 99.0㎝, 가로 70.0㎝이고, 가로로 한번 세로로 두 번 접혀 있다.
김정호의「수선전도」를 모본으로 제작되었지만,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첫째, 1867년(고종 4)에 중건된 경복궁의 모습과 미국 공사관, 덕국 공사관(독일), 일본 공사관 등 개항기 때 변화된 지명을 첨가해 넣었다. 둘째, 한자로 표기되었던 지명을 모두 한글로 바꾸었다. 셋째, 김정호가 이용자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표현했던 산세의 웅장함이 약화되었다. 넷째, 도로와 하천 및 지명의 위치 등이 정교하지 못하게 그려졌다.
김정호의「수선전도」에 표기된 한자 지명의 대부분이 당시에 불리던 순우리말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찬우물골의 ‘冷井洞’이 ‘냉정동’으로, 동재기 나루의 ‘洞雀津’이 ‘동작진’으로 표기되는 등 일부는 순우리말 이름이 아닌 한자의 소리대로 적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 서울의 순우리말 이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도를 제작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이 지도가 서울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필요로 했던 외국인 선교사를 위해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도는 1890년(고종 27) 대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부르던 서울의 순우리말 지명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몇 안 되는 희귀본의 가치를 갖고 있다. 한자 표기 지명을 한자의 소리로만 읽는 우리의 습관 때문에 90% 이상 사라진 순우리말 행정지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