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칠보수복문호는 2009년 1월 2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이 작품은 높이 31.6㎝의 입호(立壺)로, 호의 상단부에는 길상문이, 하단에는 화훼문이 장식되어 있다.
조선 백자에 시문되는 길상문(吉祥紋)의 주요 주제는 대체로 복(福), 녹(祿), 수(壽)가 주종을 이룬다. 또한 시경(詩經)과 같은 문헌적 근거를 지니고 있거나 민중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의미, 혹은 고사(古事)에서 유래한다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식 발음을 통한 언어유희나 숫자에 내포된 의미를 문양 방식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바로 길상문이다.
길상문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사용되었는데,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도자기의 장식으로 등장하였다. 그 표현 방법을 살펴보면, ‘수복(壽福), 만수무강(萬壽無疆)’ 등 직접 글자로 시문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조선 후기뿐만 아니라 전 시기에 걸쳐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되었다.
두 번째는 길상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사물의 표현이다. 예를 들어 석류는 다자(多子)를 의미하고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며 원앙은 부부 금실, 십장생 같은 사물은 본래 길상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장식으로 사용되었다. 세 번째는 중국어의 발음과 길상적 의미를 가지는 사물의 발음이 동일한 것을 내세우는 언어유희인데, 중국의 복(福)은 박쥐의 복(蝠)과 발음이 같아 박쥐문이 장식 효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팔선(八仙)이나 팔보(八寶), 태극(太極), 팔괘(八卦) 등 종교적 의미나 고사성어, 문헌 등에서 유래한 특정한 의미를 장식으로 풀어낸 것들이 있다.
이 백자는 구연이 높고 동체의 어깨가 팽창하여 완만하게 굽에 이르는 조선 후기 전형적인 입호(立壺) 기형의 항아리이다. 직립한 구연부의 최상 단면과 어깨가 맞닿는 부분에 청화로 선을 1줄씩 둘렀다. 중심 문양은 어깨 부분의 팽만부 네 곳에 원권을 이중으로 돌리고, 그 안에 도안화된 ‘수(壽) · 복(福)’자를 4곳에 써넣어 배치하였으며 그 사이사이에 칠보문을 배치하였다. 저부에는 3곳에 활짝 핀 난초 · 국화 · 초화문을 시문하고, 그 아래로 2줄의 청화선을 돌려 장식을 마무리하였다. 유색은 회백색을 띠며 청화의 발색은 회청색이다. 동체가 한 쪽으로 기울었으며, 기면 전면에 옅은 빙렬이 있고 동체 일부에 금이 가 있다. 굽에는 고운 모래를 받쳐 구운 흔적이 있다.
이 청화백자는 문양의 구획과 다양한 구성에서 18세기 후반 청화백자의 장식 양식을 보여주는데 도자사적 의의가 있다. 특히 저부에 시문되어 있는 난초문은 국립중앙박물관의 항아리와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필통에서 보이는 난초문과 흡사하다. 난초문은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18세기 이후 청화백자에 처음 등장한다. 공간을 구획한 각각 지평선을 형상화한 듯한 선 위로 난초잎이 뻗어 나가고 있으며, 세 송이의 꽃송이를 중심으로 난초잎이 길게 뻗어 가고 있다. 주제문으로 사용된 칠보문은 경(磬)을 비롯한 중요 네 개만을 커다랗게 그렸고, 수복 문자의 도안화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