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드에 유채. 세로 27㎝, 가로 19.5㎝. 갤러리 현대 소장. 박완서의 소설 『나목(裸木)』(1970)의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거대한 나목이 화면을 좌우로 분할하고 양옆의 하단부에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여인과 아이를 업고 돌아 서있는 여인을 배치한 단순한 구도의 작품이다.
박수근의 작품세계에서 이와 같은 대칭적 형태의 화면 구성은예외적인 것으로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구불구불하게 꺾여 있는 나목의 가지들과 여인의 모습은 직선적인 굵은 선묘로 표현되었지만 노란색, 붉은색으로 채색된 여인의 옷은 절제된 화면 안에서도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울퉁불퉁한 화강석의 표면 질감을 연상시키는 마티에르가 화면 전체에 고르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공간감이 없는 평면적인 소박한 화면에 촉각을 자극하는 박수근 회화의 특징적 기법이다. 노동하는 여인의 모습은 박수근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작가는 나목이라는 전후(戰後)를 상징하는 시각적인 도상과 병치시켜 고통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갔던 전후 한국인들의 모습으로 승화시켰다.
박수근은 1953년부터 주한 미8군 PX(현 신세계백화점)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초상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 PX에서 경리를 보던 박완서가 박수근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후일 그와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 『나목(裸木)』(1970)을 발표했다. 박수근의 그림에서 나목은 전후 한국의 시대적 자화상이면서 고통을 극복해 가는 인내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 이후 박수근은 1960년대에 「나무」, 「고목과 어린나무」 등 나무가 등장하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나무와 두 여인」을 반복적으로 변형하여 큰 사이즈의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