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세로 127.5㎝, 159.7㎝. 한국은행 소장. 제12회 조선미술전람회 특선작으로 김인승, 이인성과 함께 조선미술전람회의 특선작가로 명성을 날린 심형구의 대표작이다. 물동이를 들고 뒤돌아 선 소녀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나무가 드리워진 푸른 수변을 배경으로 흰 저고리와 앞치마를 두른 여인을 배치한 안정적인 구도가 인상적이다. 황갈색으로 그린 조선의 흙과 나무, 소녀의 그을린 피부가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나 흰 저고리와 빨간 댕기를 통한 색조의 대비도 두드러진다.
흰 앞치마를 두르고 물동이를 이고 일을 하는 소녀의 모습은 당시 전형적인 시골 소녀의 표상으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다. 작가는 조선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물동이를 들고 먼 곳을 응시하는 소녀의 모습과 인적 없는 고요한 수변이라는 공간을 표현하면서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창출해 냈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와 형식은 당시 일본인 화가들이 조선의 향토색 소재를 그린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요소로, 이는 조선미술전람회의 일본인 심사위원들의 취향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1936년 도쿄미술학교[東京美術學校]를 졸업한 심형구는 그해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노어부(老漁夫)」로 특선을 차지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해변(海邊)」으로 조선총독부상(특선)을 수상하였고 이 작품으로 연이어 특선을 차지하면서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조선인 작가로 인정받았다.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를 중심으로 유행한 조선 향토색의 소재주의적 경향을 벗어난 작품은 아니지만 대상의 견실한 묘사와 안정적 구도를 추구하는 아카데미즘 미술 수용의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