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유채. 세로 30㎝, 가로 41.7㎝.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이중섭은 일본 유학기에 분카학원[文化學院]을 졸업하고 신미술가협회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신미술가협회는 1940년대 활동했던 예술지상주의적이며 재야적인 성격의 도쿄 유학생 출신 한국 작가들의 모임이었다.
‘소’라고 하는 소재는 이중섭 외에도 진환(陳瓛), 최재덕(崔載德), 문학수(文學洙) 등 농촌 정서를 기반으로 민족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던 신미술가협회 회원들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던 소재였다. 이중섭은 임용련(任用璉)에게 지도받던 오산학교 시절부터 소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으며 다양한 소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다. 그 중 「흰 소」는 그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 거친 선묘와 소의 역동적인 자세 등이 작가 개인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한국의 토종 소인 황소를 흰색의 소로 표현한 것에서 백의민족인 한민족의 모습을 반영한 민족적 표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표현면에서도 이 작품은 루오의 야수파적 감성의 영향에서부터 고미술품, 도자기의 장식기법과 고구려 벽화의 표현기법까지 다양한 영향관계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소의 묘사에서 보이는 강직한 구륵법(鉤勒法 : 형태의 윤곽을 선으로 먼저 그리고 안을 색으로 채우는 방법)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나타나는 전통적인 표현법이다.
「흰 소」는 1940년대 조선미술전람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아카데믹 미술계가 친일미술로 경도되던 시기에도 꿋꿋하게 민족적 정서를 담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켜왔던 이중섭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