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는 경상북도 칠곡 출신으로 이여성(李如星)의 동생이다. 도쿄의 데이코쿠미술학교[帝國美術學校]를 졸업하고 신미술가협회를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해방 후 조선조형예술동맹, 조선미술동맹, 조선미술문화협회 등의 단체활동에 참여하였고 1950년 6.25 전쟁 후 월북하였다.
그의 작품 「군상」은 총 4점이 전한다. 이 작품들은 1940년대 말에 유화로 제작된 대규모 인물 군상으로, 역동적인 인물과 극적인 상황의 설정에서 제리코(Jean Louis André Théodore Géricault, 17911824)나 들라크루와(Ferdinand Eugène Victor Delacroix, 17981863) 같은 낭만주의 화가의 영향을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1940년대 말 우리 민족의 현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주의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군상-1」은 ‘해방고지(解放告知)’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화면의 왼편에서 달려오는 두 명의 여인이 해방의 소식을 전달하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고 해석된다. 화면의 오른편은 왼편의 두 여인을 바라보는 군상과 더불어 죽은 시신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군상-2」는 「군상-1」과 비슷한 구도로 전개된다. 그러나 인물배치의 평면성과 전체적인 공간구성에서 시점의 불일치, 미완성의 인물 묘사 등에서 나머지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
「군상-3」은 가장 정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화면 근경은 왼쪽에 앉아있는 세 명의 남녀 무리와 수레와 말을 가지고 이동을 준비하며 서있는 무리로 나뉜다. 원경은 어디론가 향하여 이동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 앞에 펼쳐진 산과 들, 하늘로 구성되어 있다.
1948년 작으로 알려진 「군상-4」는 배경 하늘을 덮고 있는 폭발 장면을 통해 절체절명의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 근경의 삼각형 구도는 하나의 군상이지만 좌우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근경의 좌측은 화면 밖을 향하여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무리로, 우측은 집착과 격렬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구별된다.
이쾌대의 작품들은 1988년 월북 예술가 해금조치 이후 다양한 전시를 통해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그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1990년 ‘해금작가 유화전’, 1991년 ‘월북화가 이쾌대전’이 서울 신세계 미술관에서 개최되어 소개된 것을 시작으로, 1997년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 ‘일상·기억·역사 : 해방 후 한국미술과 시각문화’,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를 보는 눈’, 1999년 일본 5개 미술관 순회전 ‘동아시아 : 회화의 근대-유화의 탄생과 그 전개’, 삼성미술관 ‘인물로 보는 한국미술전’, 2011년 대구미술관 ‘이쾌대전’ 등에서 전시되었다.
이쾌대의 「군상」연작은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해방공간기 민족의 현실을 소재로 제작된 역사화 형식의 대규모의 군상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또한 뛰어난 해부학적 인체 묘사와 역동적 구성, 다양한 상징 등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고 있어 그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