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日本書紀)』에 의하면 서기 529년, 지금의 경상남도 함안에 있었던 아라가야[안라국(安羅國)]에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의 목적은 일본[倭] 천황의 조칙을 받들은 오우미노케나노오미[근강모야신(近江毛野臣)]의 주재 하에 신라에 의해 멸망된 남가라[금관가야]와 탁기탄 등의 남부가야를 재건하는 것이었다. 회의 참가국은 왜(倭), 안라, 백제, 신라 등이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안라회의(安羅會議)’, 또는 ‘고당회의(高堂會議)’, ‘안라고당회의(安羅高堂會議)’ 등으로 불러왔다.
『일본서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고대에 왜가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 통치했다는 주장이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이다. 과거에 이를 사실대로 믿는 입장에서는 안라회의를 일본 천황의 조칙을 받은 오우미노케나노오미가 신라에 의해 파괴된 지역을 다시 세우고 일본부를 다시 안라에 옮겨두기 위한 회의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임나일본부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일본서기』의 한반도 관련기사는 7세기 후반~8세기 초 고대일본천황사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왜곡과 날조가 이루어진 곳이 많다.
따라서 사료에서 믿을 수 없는 오우미노케나노오미를 빼고 나면 안라회의는 왜 주도가 아닌 안라국 주도로 개최된 회의임을 알 수 있다. 동쪽으로 진출하려는 백제와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신라를 안라국이 외교력으로 물리치고자 한 국제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왜, 백제, 신라 사신들이 참석하였으나 백제 사신은 홀대를 받고 있으며, 신라는 이 회의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백제, 신라 양국은 가야지역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회의의 목적 달성은 애초부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