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三國史記)』권32의 악지(樂志)에 의하면, 가야국(加耶國)의 가실왕(嘉實王)이 중국 악기를 보고 가야금을 만들었고, 악사(樂師)인 성열현(省熱縣) 사람 우륵(于勒)에게 명령을 내려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는 가야금곡 12곡을 만들게 하였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우륵이 지은 12곡명은 1. 하가라도(下加羅都) 2. 상가라도(上加羅都) 3. 보기(寶伎) 4. 달이(達已) 5. 사물(思勿) 6. 물혜(勿慧) 7. 하기물(下奇物) 8. 사자기(師子伎) 9. 거열(居烈) 10. 사팔혜(沙八兮) 11. 이혁(爾赤欠) 12. 상기물(上奇物)이다.
이 가운데 중국 남조(南朝)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이는 기악(伎樂)인 사자기와 보기 두 곡을 빼 놓고는 모두 당시의 지명과 대응된다. 하가라도에 대해서는 지금의 경남 김해시로 보는 설과 아시랑가야(阿尸良加耶) 즉 아랫가야와 같은 것으로 보아 이를 함안으로 비정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합천에 비정하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상가라도는 대가야의 도읍인 고령으로 추정한다.
달이는 『일본서기』권17 계체기 6년 12월조에 백제에게 빼앗긴 임나 4현 중의 상·하다리와 관련지어 현재의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突山邑)으로 보는 견해와 달이(達已)를 달사(達巳)로 읽어 대사(帶沙: 하동)로 비정하기도 한다.
사물은 현재의 경남 사천시로 본다. 물혜는 『일본서기』 계체기의 모루(牟婁)와 만해(滿亥), 『양직공도(梁職貢圖)』백제국사신도경(百濟國使臣圖經)에 보이는 마연(麻連) 등과 관련하여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光陽邑: 옛 지명 마노(馬老)]일대로 보는 견해, 전남 무안[務安: 옛 지명 물아혜(勿阿兮)]으로 보는 견해, 경북 군위군 효령면[孝令面: 옛 지명 모혜(芼兮)]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하기물은 기물을 감문(甘文) 또는 금물(今勿)과 같다고 보아 이를 경상북도 김천시 개녕(開寧)지방으로 본 견해와, 『일본서기』권17 계체기 7년 6월조의 기문(己汶)과 관련하여 대가야의 세력이 일시적으로 미쳤던 임실,남원지방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거렬은 현 경남 거창으로 본다. 사팔혜는 현재의 경남 합천군 초계면 일대로 본다. 이혁(爾赤欠)은 『일본서기』에 보이는 임나 10국 중 사이기국(斯二岐國)과 같은 것으로 보아 경남 의령군 부림(富林)에 비정한 견해가 있다. 상기물은 하기물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우륵이 만든 12곡은 가야 제국의 국명과 관련된 것이므로, 가라국(加羅國), 즉 대가야가 가야사회의 맹주로서 활약하던 시기에 가야소국들을 통합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