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정효공주무덤탑은 불탑 형식의 전탑이다. 발해 제3대왕인 문왕의 숭불정책과 왕실의 신성화로, 불교문화가 발해의 왕실무덤에 영향을 주면서 만들진 것으로 보인다. 정효공주무덤탑과 유사한 것으로는 마적달탑(馬滴達塔)과 영광탑(靈光塔)이 있다.
정효공주무덤탑은 발해 제3대 문왕의 넷째 딸인 정효공주의 무덤 위에 세워진 탑이다. 정효공주는 대흥(大興) 56년(792) 6월 19일에 사망하여, 그해 11월 28일 염곡의 서쪽 언덕에 매장되었다. 무덤은 발해 중경성(中京城)으로 추정되는 서고성(西古城) 터와 인접한 룽터우산고분군에 있다. 무덤의 내부구조는 계단형태의 무덤바깥길, 수평한 안길, 장방형의 무덤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덤의 내부는 벽돌과 돌로 쌓았고, 전체 수평 길이는 7.1m이다. 무덤안길에는 돌문이 달렸고, 무덤방은 벽돌로 쌓은 벽 위에 큰 판돌을 덮었다. 무덤방 벽에는 모두 12명의 시위, 악공, 시종 등이 그려져 있다. 유물로는 흙인형 조각, 도금 동장식, 못, 칠기조각, 질그릇조각 등이 발견되었다. 무덤바깥길 입구 쪽에서는 높이 1.05m의 묘비가 출토되었다.
정효공주의 무덤 구조에서 특징적인 것은 무덤 위에 봉분이 아닌 탑을 세운 점이다. 탑은 무너져서 원형을 알 수 없으나 남은 흔적을 통해 사각형의 탑임을 알 수 있다. 탑기단의 평면은 남북 5.65m, 동서 5.5m이며, 탑몸의 크기는 2.7×2.6m, 남은 높이는 0.48m이다.
지금까지 발해의 탑터는 십여 개가 알려져 있다. 대개 불탑인데, 정효공주무덤탑과 마적달탑(馬滴達塔), 영광탑(靈光塔)은 무덤 위에 조성된 무덤탑이다. 이중 원형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영광탑이 유일하다. 이 영광탑을 통해 정효공주무덤탑의 원형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무덤 위에 탑을 세우는 것은 무덤 위에 건축물을 설치했던 발해의 전통적인 매장문화와 불교문화가 융합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본다. 정효공주무덤 보다 먼저 만들어진 정혜공주무덤은 고구려의 무덤양식인 말각조정식 천정의 석실봉토분이다. 무덤 위에서 주춧돌과 기와조각이 많이 발견되어 건축물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발해 상경성과 가까운 삼릉분(三陵墳) 위에도 주춧돌과 벽돌, 기와 등이 발견되어 무덤 위에 건축물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무덤 위 건축물이 불탑 양식으로 바뀌게 되는 시기는 8세기 후반이며, 왕실과 상층 귀족의 일부에서 무덤을 조성할 때 탑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효공주의 부친인 문왕은 ‘금륜성법대왕(金輪聖法大王)’의 존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존호는 문왕이 불법을 수호하는 전륜성왕을 자처하였으며, 불교를 중요하게 여겼음을 보여준다. 문왕의 숭불정책은 왕실 묘제에도 영향을 끼쳐 무덤탑 양식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또한 정효공주와 같이 왕실 성원이 무덤탑을 조성한 것은 시각적 장치를 통해 왕실을 붓다의 가계로 신성화하며 그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여겨진다. 정효공주무덥탑을 비롯하여 마적달탑과 영광탑 모두 멀리에서도 잘 보이는 높은 구릉이나 산자락에 위치한 것도 이러한 목적에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