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직지는 1475년(성종 6), 전라도 광양 백운암에서 간행된 인도 승려 지공의 설법집(說法集)이다. 『지공직지』의 다른 서명은 ‘서천불조종파전법지요’이다. 1책의 목판본이며 조선 전기에 전라도 광양 백운산 백운암에서 중각하여 찍어 낸 귀중본으로서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저자는 고려와 원나라 시대에 활동한 인도 승려 지공(指空, 1300~1363)이다. 범명(梵名)은 Dhy=anabhadra, 제납박타(提納薄陀)로 선현(禪賢)이라 번역하고, 호가 지공이다. 인도 마갈타국 만왕(滿王)의 제3왕자로 8세에 나란타사 율현(律賢)에게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19세에 남인도 능가국(楞伽國) 길상산의 보명(普明, samanta-prabhāsa)에게 사사(師事)하여 그의 법을 이어받아 서천(西天) 제108조(祖)가 되었다.
인도를 떠나 중국 원나라로 건너가 1324년(충숙왕 11)경에 연경(燕京)에 도착하여 불법을 전하였다. 고려에서는 1326년(충숙왕 13) 3월부터 1328년(충숙왕 15) 9월까지 머물렀다. 1326년 3월 개경의 감로사(甘露寺)에 도착하였고, 금강산에서 법기보살도량(法紀菩薩道場)을 개최하였다. 금강산을 유력한 뒤 개경 동쪽의 숭수사(崇壽寺)에 자리를 잡고 생활하며 많은 사람에게 계(戒)를 주었다.
1327년(충숙왕 14) 10월에는 경원(慶原)을 거쳐 화산(華山)을 다녀왔고, 이듬해 2월 통도사(通度寺)를 두루 돌아다녔으며, 7월에는 연복정(演福亭)에서 계율을 설법하였다. 다시 원나라로 돌아가 연경에서 법원사(法源寺)를 창건하고 머물렀는데, 이때 고려의 나옹(懶翁) 혜근(惠勤, 1320~1376)에게 선종(禪宗)을 전수하였다. 1362년(공민왕 11) 귀화방장(貴化方丈)에서 입적하였다. 1372년(공민왕 21)에 그의 사리(舍利) 일부가 고려에 전해 와 왕명으로 양주 회암사(檜巖寺)에 부도를 세웠다.
불분권(不分卷) 1책의 목판본이다. 표제(表題)는 지공직지(指空直指)이고, 판심제(版心題)는 지요(旨要)이며, 권말제(卷末題)는 서천불조종파전법지요(西天佛祖宗派傳法旨要)이다.
광곽(匡郭)의 사방 테두리는 한 줄로 처리된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글이 담긴 테두리 안쪽 면인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200mm, 가로 151mm이다. 행간(行間)에 계선(界線)이 없는 무계(無界)이며. 판심(版心)에는 어미(魚尾)가 없다. 반곽은 9행으로 되어 있으며, 각 행에는 15자 혹은 18자가 들어 있다. 책의 크기는 세로 242mm, 가로 172mm이다.
이 책은 인도 승려 지공 제납박타의 설법을 실은 것이다. 책의 맨 끝의 처묵(處黙)이 쓴 간기(刊記)에 의하면, 지공이 창건한 원나라 법원사(法源寺)에서 판각한 책을 1475년(성종 6)에 우리나라 전라도 광양의 백운산(白雲山) 백운암(白雲菴)에서 다시 목판에 판각한 것이다.
판각한 목적은 이 책을 널리 펴서 요사스럽고 악독한 길로 들어가지 않고 모두가 불도를 닦아 부처의 지위를 얻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판각한 각수(刻手)는 보월(寶月)과 계인(戒仁)이고, 판각, 인출, 장정(裝幀) 등 간행 비용을 담당한 화주(化主)는 담희(湛熙)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전체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부터 초조(初祖) 달가가섭존자(摩訶迦葉尊者), 2조 아난존자(阿難尊者), 3조 상나화수존자(商那和修尊者) …… 22조 마나라존자(摩拏羅尊者)까지의 게송(偈頌), 다음은 유파개종좌수구파존자(流派開宗左隨瞿頗尊者)부터 삼만다비제존자(三曼多毗提尊者)까지 85존자들의 게송, 다음은 지공선사(指空禪師)의 게송을 실었고, 이어 '송선봉(頌禪棒)'과 '달마대사사행론(達磨大師四行論)'을 붙여 두었다.
후반부에는 각안(覺岸)의 '제납박타존자지공선사돈입무생대해탈법문지요서(提納薄陀尊者指空禪師頓入無生大解脫法門指要序)'에 이어 '지공직지'라는 권수제(卷首題) 아래 지공의 설법을 게송을 첨부한 문답의 형식으로 싣고 있다. 권말면(卷末面)에는 서명, ‘서천불조종파전법지요’와 간행 동기, 간기, 각수의 명단과 간행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에 소장되어 있는 『지공직지』는 전래가 드문 희귀본으로, 고려 후기 고려와 원나라의 불교 교섭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11월 19일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