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천사 선원제전집도서』는 1579년(선조 12) 지리산 신흥사에서 간행한 불서이다. 『선원제전집도서』는 중국 화엄종의 제5조인 규봉 종밀이 『선원제전집』 101권을 저술하고, 이에 대한 핵심을 요약하여 쓴 서문이다. 『선원제전집』은 원나라 말기에 판본이 소실되어 현재 전하지 않으며, 그 서문인 『선원제전집도서』 2권만 전하고 있다. 복천사가 간직하고 있는 도서는 비교적 초기 형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우리나라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서지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중국 당나라의 규봉(圭峰) 종밀(宗密: 780~841)이 저술하였다. 종밀은 화엄종(華嚴宗)의 제5조이자 스스로 하택종(河澤宗)의 제5조임을 내세웠던 만큼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을 두루 섭렵했던 인물로, 사상적으로도 선교일치(禪敎一致)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입장에서 선종과 교종이 서로 극심하게 반목하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교겸수(禪敎兼修)를 주장하는 101권 분량의 『선원제전집(禪源諸詮集)』을 저술하고, 그 핵심을 요약하여 서문을 쓴 것이 바로 『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이다.
목판본으로 5침안정의 선장본(線裝本)이며, 권상(卷上) · 권하(卷下)로 편철된 2권 1책의 완본이다. 광곽(匡郭)은 사주쌍변(四周雙邊)이며, 계선(界線)이 없는 무계(無界)이다.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20.2㎝, 가로 13.8㎝이다. 판구는 백구(白口)이며, 어미(魚尾)는 위아래로 2엽화문어미(二葉花紋魚尾)가 내향(內向)하고 있다. 반엽(半葉)은 9행 19자로 이루어져 있고, 책의 크기는 세로 29㎝, 가로 18㎝이며 종이는 닥종이이다. 책의 상태는 표지가 개장되어 있고, 오염이 있으며 일부 훼손되어 있다.
권상(卷上) 마지막의 간기(刊記)에 “만력7년 기묘 삼월일 지리산 신흥사 개간(萬曆七年己卯三月日智異山新興寺開刊)”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1579년(선조 12) 경상도 하동의 지리산 신흥사(新興寺)에서 판각하여 간행된 목판본임을 알 수 있다.
규봉 종밀이 『선원제전집』을 편찬한 의도는 모든 종파에서 서술한 선문의 근원 도리에 대한 기록을 한데 모아서, 즉 선장(禪藏)을 만들어 후학들에게 남겨 주기 위한 것이다. 교(敎)란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경론(經論)을 말하고, 선(禪)이란 모든 선지식의 체험에서 서술된 글과 게송을 말한다. 부처님의 경전은 그 내용이 중생과 팔부중을 망라한 가르침을 펼치고 있으므로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지만, 선의 게송은 요점을 모아 간략하게 근기에 맞는 중생에게 가르침을 주었으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선의 기록을 모아 책을 엮은 것이다.
선과 교가 대립할 이유가 없으며, 모든 종파의 회통을 위하여, 돈오(頓悟)와 점수(漸修)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선종의 기록을 모으는 의도와 필요성을 말하고 결국 그것이 경론과 대립하지 않음을 역설하였다. 이어서 선의 삼종(三宗)과 교의 삼교(三敎)를 구분하고, 공종(空宗)과 성종(性宗)의 열 가지 상이점을 설명하여 그 모든 것의 근본은 하나[一心]임을 주장한다.
『선원제전집도서』의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서론에서는 ① 이 책의 제목이 갖는 뜻, ② 진성(眞性)의 여러 가지 뜻, ③ 선정을 닦아야 한다, ④ 달마선, ⑤ 선종을 비방하는 이유, ⑥ 선교일치(禪敎一致), ⑦ 선의 기록을 모으는 의도 등을 다루었다. 본론에서는 ① 선의 기록이 갖는 특질, ② 선의 기록을 모아야 할 필요성, ③ 선의 기록과 경론(經論)이 연관되는 열 가지 이유, ④ 선의 삼종과 교의 삼교, ⑤ 달마선과 지(知), ⑥ 공종과 성종의 열 가지 상이점, ⑦ 삼교와 삼종의 근본은 하나, ⑧ 부처와 중생 및 깨달음과 미혹을 다루었다.
결론에서는 ① 『선원제전집』을 편집하는 이유, ② 심종(心宗)은 삼학(三學)에 통한다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인 『선원제전집도서』를 통해 전하지 않는 『선원제전집』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선원제전집도서』는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수백 년 동안 강원(講院)에서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교재였으므로 여러 차례 판각되었다. 부산광역시 영도구 복천사 도서 『선원제전집도서』는 임진왜란 이전인 1579년에 경상도 하동의 지리산 신흥사에서 목판을 판각하여 인출한 목판본이다. 비교적 초기 형태를 보여 주는 책으로 우리나라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서지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자료이다. 국가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7월 3일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