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달마사행론』은 14세기 중엽에 개판(改版)된 목판본 불서이다. 이 불서는 중국 선종 초조인 달마의 '이입사행론'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입(二入)과 사행(四行)은 선종 승려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관조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범어사 도서는 14세기 중엽에 개판된 고려시대의 목판본으로 그 전래가 확인하기 어려운 전적 유산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달마(達磨)의 여러 저술 중 유일한 친설로 연구되고 있는 「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은 극히 짧은 내용이지만, 달마 개인의 사상 및 그가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인을 밝혀 주는 매우 중요한 저술이다. 바로 이러한 「이입사행론」을 근간으로 하여 『보리달마사행론(菩提達磨四行論)』이 저술되었다.
불분권(不分卷) 1책의 목판본이다. 표제(表題)는 '사행론(四行論)'이고, 판심제(版心題)도 '사행론'이며, 권수제(卷首題)는 '보리달마사행론(菩提達磨四行論)'이다. 권수면(卷首面)에 네모반듯한 모양의 ‘범어사도서관장서인(梵魚寺圖書館藏書印)’과 동그란 모양의 ‘오성월장서(吳惺月藏書)’라는 붉은색의 인기(印記)가 있다. 이를 통해 이전의 소장자는 일제강점기 부산 범어사에서 불교 개혁 운동과 항일 운동을 전개한 승려 오성월(吳惺月, 1865~1943)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광곽(匡郭)의 사방 테두리는 한 줄로 처리된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17.7㎝, 가로 10.6㎝이다. 행간(行間)에 계선(界線)이 없는 무계(無界)이며. 판심(版心)에는 어미(魚尾)가 위쪽에만 아래로 행하는 흑어미(黑魚尾)가 있다. 반곽은 10행으로 되어 있으며 각 행에는 21자가 들어 있다. 책의 크기는 세로 22㎝, 가로 12.5㎝이다. 장정(裝幀)은 3개의 구멍을 뚫어 실로 꿰맨 선장본(線裝本)으로 실이 끊어져 후대에 다시 엮은 것으로 보인다.
『보리달마사행론』은 돈황(敦煌) 막고굴(莫高窟)에서 발견된 것과 우리나라에 전하는 것 등 두 종류가 있다. 달마의 제자 담림(曇林)이 스승의 설법을 정리하고 그 서문을 썼다. 판식(版式)과 지질(紙質)로 보아 범어사 소장 『보리달마사행론』은 14세기 중엽에 개판(改版)된 고려시대의 판본으로 후쇄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보리달마사행론』이 고려시대에 단행본으로 간행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리달마사행론』은 '보리달마론(菩提達磨論)', '달마론(達磨論)', '사행론(四行論)', ‘이입사행론장권자(二入四行論長券子)’ 등의 제명으로 알려진 초기 선종기의 선법과 사상 등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망념인 줄만 알면 자연히 그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밖의 특별한 방편이 필요하지 않음을 말해 준다. 달마의 선사상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으로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이 있다.
이입은 경전에 의해 불교의 대의(大意)를 깨닫는 적교오종(籍敎悟宗)과 일념 집중의 응주벽관(凝住壁觀)을 말한다. 이성적 체득법 이입의 적교오종과 응주벽관은 일체 중생 모두가 동일한 진성(眞性)을 공유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진성이라는 것이 번뇌 망상에 뒤덮여 있으므로 이를 위해 망상을 버리고〔籍敎悟宗〕 참됨에 돌아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고 벽관〔凝住壁觀〕하여야만 주체적 자아나 대경(對境)의 타인, 범부 · 성인 등의 구별이 없는 적연무위(寂然無爲)의 삶을 살 수 있음을 밝히고 있는 내용이다.
행입에 해당되는 네 가지의 생활 방식으로 사행이 있다. 즉 사행은, 원증(寃憎)의 고난을 숙세의 수보(受報)로 받아들이는 보원행(報怨行)과 환경 · 상황 · 여건의 가변성에 능동적 조화와 적응을 이루는 수연행(隨緣行), 구함과 애착 · 탐냄을 버리는 무소구행(無所求行), 법에 합당한 실천적 삶을 살아가는 칭법행(稱法行)의 넷이다.
곧 이입은 불교 사상의 근본 원리, 사행은 이를 체득하고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설이다. 범성(凡聖) 모두의 동일한 진성이란 자성이요 여래장(如來藏)이며, 불성(佛性)이자 청정심을 말한다. 또 연기(緣起)이고 공(空)이며, 중도인 세계, 즉 인간의 본성이자 사물의 근원으로 오염되지 않은 청정무구(淸淨無垢)의 진여법계(眞如法界)이다.
이 책은 사행의 수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제1문 입도수행강요문(入道修行綱要門)에서부터 제44문 수심제법유무문(隨心諸法有無門)에 이르기까지 모두 4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중 제1문만이 달마가 지은 것이고, 나머지 43문은 후인들이 부연한 것이라고 한다. 『사행론』은 이렇게 단행본으로 간행되어 전해지기도 했지만, 달마의 다른 저술인 『혈맥론(血脈論)』, 『관심론(觀心論)』과 함께 일찍이 『 선문촬요(禪門撮要)』 속에 묶여져 전해 왔다. 이 책의 끝에 「지공화상십이시송(誌公和尙十二詩頌)」이 부록으로 붙어 있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 도서 『보리달마사행론』은 전래가 희소한 고려시대의 판본으로 후쇄본이다. 전래가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전적 유산으로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9월 7일에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