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泗川) 백천사(白泉寺) 『대방광원각약소주경(大方廣圓覺略疏註經)』은 고려 후기인 13~14세기에 『원각약소주경』 번각본을 인출한 목판본 불교 경전이다. 권상(卷上) 1책으로 당나라 종밀의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을 고려의 의천이 교장(敎藏)에 찬집한 것을 번각한 것이다. 판식은 전형적인 송판본의 양식을 보이고 있으며, 판식과 판심 등이 아단문고 소장본(보물)과 동일판본으로 보인다. 서문과 본문에 고려시대의 각필(角筆)과 음독 구결 및 조선시대의 한글 구결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서 국어학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唐)나라의 규봉(圭峰) 종밀(宗密, 780841)이 주소(註疏)하였고,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이 고려교장(高麗敎藏)에 찬집하였다.
사천 백천사 『대방광원각약소주경』(약칭 『원각약소주경(圓覺略疏註經)』)은 종남산(終南山) 초당사(草堂寺) 사문(沙門) 종밀(宗密)이 술(述)한 것이다. 이 『원각약소주경』은 상 · 하 2권의 목판본 중에서 1책 권상(卷上)의 잔권으로, 세로 34.0㎝, 가로 18.9㎝의 크기이다.
권수제(卷首題)에 ‘대방광원각약소주경(大方廣圓覺略䟽注經)’, 권말제(卷末題)는 ‘대방광원각약소주경(大方廣圓覺略䟽注經) 권상(卷上)’이라 되어 있다. 판심(版心)에는 ‘서상일(序上一)’과 ‘상일(上一)’ 그리고 장차(張次)가 표기되어 있다.
이 백천사 도서의 판식은 4면 1장의 체재로 상하단변(上下單邊) 좌우쌍변(左右雙邊)의 판식(版式)으로서 전형적인 송판본(宋板本)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1책은 전엽(全葉) 20행 13자(1면 5행 13자)이고, 계선(界線)이 있으며 주쌍행(註雙行)으로 되어 있다. 이 판본의 판식이 상하단변 좌우쌍변인 것은 아단문고 소장본인 『대방광원각약소주경』 권상(보물로 지정)과 같다.
그 밖에 판심제(版心題), 자체(字體), 변란(邊欄), 광곽(匡廓) 및 계선의 결락 부분에서 같은 번각판(飜刻版)에서 인쇄한 동일판본일 가능성이 높다.
서문과 본문에는 묵서(墨書)로 된 한글 현토가 있고, 서문 · 본문 · 주석에는 묵서로 된 구결(口訣)이 기입되어 있다. 또 행간 및 난상, 난하 일부에도 묵서가 기입되어 있다.
권상의 원서는 4면이 1장으로 판각된 권자본(卷子本) 혹은 절첩본(折帖本)이며, 이것을 다시 선장본(線裝本)으로 장정한 것으로, 서체 및 1면의 행자수를 고려하면 송대에 판각된 목판본을 복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글씨체와 판심(版心) 및 판각 기법 등으로 볼 때, 고려시대 14세기경의 송판본 계열을 번각(飜刻)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지질(紙質)이나, 종이의 발폭수가 23.5㎝이며 3㎝ 내의 발촉수가 1216촉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인출 시기가 13~14세기경에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나라 영휘 연간(650~655) 계빈국(罽賓國)의 불타다라(佛陀多羅)가 한역(漢譯)한 『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1권을 종밀이 주석하여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이라 하였는데, 이 불교 경전의 송판본을 고려시대 의천이 고려교장에 찬집한 것을 고려시대에 번각(飜刻)한 것이다.
의천의 교장에는 『약소(略疏)』 4권(혹 2권)이라 하였다. 이 판본은 상 · 하의 2권에 각각 1 · 2로 분할된 2권 4책 중에서 ‘권상(卷上)’의 1책(冊)임을 알 수 있다.
『원각약소주경』 권상 1책은 배휴(裴休)의 『대방광원각약소주경』 서(序)가 나오고, 이어서 제1권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휴의 서는 제1장 1면 제3행부터 제4장 4면 제1행까지이다. 제1권 본문에는 종밀의 서가 병서되어 있다(大方廣圓覺略䟽注經卷上 幷序). 종밀의 서는 제5장 2면 제4행부터 제8장 2면 제3행까지이다.
서에서는 “부처의 사덕(상 · 락 · 아 · 정)은 일심(一心)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하고, 이 원각묘심(圓覺妙心)에서 일체의 마음이 일어난다.”라고 시작하고 있다. 종밀은 결국 이 묘심을 인지하는 작용이 원각(圓覺)이라고 하였다. 종밀은 화엄학 『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선 사상(禪思想) 등을 수용하여 이 불경을 해석하였다.
이 불경은 대승 원각의 묘리와 이 원각의 묘심(妙心)을 깨닫기 위한 관행(觀行)을 설하여, 말법시대 미래 중생이 무명을 끊고 불성을 드러내어 불지(佛地)에 도달할 것을 설하였다. 문수 · 보현 · 미륵보살 등 12보살이 1장에 1보살씩 불타[婆伽婆]와 문답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이 불경의 주석은 규봉 종밀의 『원각경대소(圓覺經大疏)』, 『대소초(大疏鈔)』, 『약소(略疏)』, 『약소초(略疏鈔)』 등이 권위를 인정받았다.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知訥, 1158~1210)은 이 불경을 중시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평하였고, 『 유마경(維摩經)』 · 『 능엄경(楞嚴經)』과 함께 선(禪)의 3경(經)으로 통한다. 조선 초 함허(涵虛) 득통(得通)이 『원각경소(圓覺經疏)』 3권을 지으면서 우리나라 불교 전문강원(專門講院) 사교과(四敎科) 교과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현전하는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은 약 6여 종이 전하는데, 송대(宋代)에 전래된 목판본을 복각한 것과 조선 초기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판각한 것으로 구분된다. 백천사 도서는 고려시대 인출된 송판 번각본의 특징을 보이고 있어 높은 서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서문과 본문에 고려시대의 각필(角筆)과 음독 구결 및 조선시대의 한글 구결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서 국어학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20일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