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해」는 『훈민정음』 ‘해례’의 두 번째 장으로서, 초성의 분포적 특성과 , 초성이 중성, 종성과 어울려 음절을 이루는 방법 등을 설명하였다. 이들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초성해」에서는 먼저 “정음(正音)의 초성(初聲)은 곧 운서의 자모(韻書之字母).”라 하여 초성의 분포적 특성을 중국 성운학의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훈민정음’의 초성이 중국 성운학의 자모(字母), 즉 음절 초 자음을 가리키는 ‘성모(聲母)’라고 하여 ‘초성’이 음절 초 자음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와 같이 ‘훈민정음’의 ‘초성’을 중국 성운학의 관점에서 설명하였다는 사실은 『훈민정음』에서 음절을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누어, ‘초성’의 분포 특성, 음성적 특성 등을 파악하는 데에 중국 성운학을 참고하였음을 말해 준다.
「초성해」에서는 이어서 음절의 초성이 될 수 있는 ‘아음, 설음, 순음, 치음, 후음’을 ‘전청음, 차청음, 전탁음, 불청불탁음’의 순으로 초성이 중성·종성과 어울려 음절을 이루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군(君)’ 자는 초성이 ‘ㄱ’인데, 아음의 전청음 ‘ㄱ’이 ‘ᅟᅮᆫ’과 어울려 ‘군’이 된 것이고, ‘쾌(快)’는 초성이 ’ㅋ‘인데, 아음의 차청음 ‘ㅋ’이 ‘ㅙ’와 어울려 ‘쾌(快)’가 된 것이고, ‘뀨(虯)’는 초성이 ‘ㄲ’인데, 전탁음 ‘ㄲ’이 ‘ㅠ’와 어울려 ‘규(虯)’가 된 것이고, ‘ᅌᅥᆸ(業)’ 은 초성이 ‘ㆁ’인데, 불청불탁음 ‘ㆁ’이 ‘ᅟᅥᆸ’과 어울려 ‘ᅌᅥᆸ(業)’이 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초성들도 같은 방식으로 음절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설음의 ‘ㄷ(斗), ㅌ(呑), ㄸ(覃), ㄴ(那)’, 순음의 ‘ㅂ(彆), ㅍ(漂), ㅃ(步), ㅁ(彌)’, 치음의 ‘ㅈ(卽), ㅊ(侵), ㅉ(慈), ㅅ(戌), ㅆ(邪)’, 후음의 ‘ㆆ(挹), ㅎ(虛), ㆅ(洪), ㅇ(欲)’, 반설음 ‘ㄹ(閭)’, 반치음 ‘ㅿ(穰)’에 대하여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음절 단위의 글자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끝에 ‘결(訣)’을 두어 「초성해」의 내용을 8행의 7언시로 읊었다.
이러한 「초성해」의 설명에서 특이한 내용은 ‘초성’의 범위 내에 ‘전탁음’을 표기하기 위한 ‘각자병서’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초성해」의 내용이 『동국정운』의 23자모 체계도 포함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성 글자에 대한 설명도 신문자의 제자 순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운서의 성모 제시 순서에 따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초성해」의 설명은 우리말 표기를 위한 17자 초성 체계를 배제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초성해」에서는 우리말 표기를 위한 초성 17자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의 바탕이 된 『동국정운』의 자모 체계도 고려하여 설명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