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전초본 ()

언어·문자
문헌
한글학자 김두봉이 『조선어전』을 수정하여 1932년에 간행한 문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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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한글학자 김두봉이 『조선어전』을 수정하여 1932년에 간행한 문법서.
개설

『조선어전』은 김두봉의 체계와 용어를 계승, 발전시키는 원칙을 지키면서 중등학교 학생들에게 국어 문법을 보급할 목적으로 지어진 책인데, 『조선어전초본』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조선어전』을 수정한 책이다.

서지적 사항

『조선어전초본』은 모두 유인본으로 현재 4종류가 전한다. 첫째는 1932년의 양정고보의 교재, 둘째는 1934년의 양정고보 교재, 셋째는 1935~1936년의 양정고보 교재, 넷째는 1937년의 양정고보 교재이다. 앞의 두 책은 지은이의 글씨인 듯하고, 뒤의 두 책은 전문 필경사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둘째 책은 지은이의 교정본이기도 하여 군데군데 붉은 글씨로 잘못을 고쳤으며 내용의 변개가 가해진 부분도 상당하다. 셋째와 넷째 책에 이들 교정사항이 반영되어 있다. 국한문혼용체이기는 하여도 용어나 표현을 고유어로 바꾼 것이 많다.

내용

제1편은 소리, 제2편은 자학(字學), 제3편은 씨의 겹몸[字의 複體], 제4편은 씨몸바꿈[自體變化], 제5편은 문장[월]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편 자학을 3개 장으로 나눈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체계는 『조선어전』과 같다.

제1편은 『조선어전』을 많이 수정하였는데, 김두봉의 『깁더조선말본』과 최현배의 초기의 문자와 성음학에 대한 연구 결과를 수용하여 다시 쓴 것으로 보인다. 『조선어전초본』에서 자모의 순서를 정하고 이름을 붙였는데 모음은 ㅏ(아) ㅑ(야) ㅓ(어) ㅕ(여) ㅗ(오) ㅛ(요) ㅜ(우) ㅠ(유) ㅡ(으) ㅣ(어) ㆍ(ᄋᆞ)와 같이 전통적인 반절표의 순서를 취하였다. 자음은 ㄱ(기역) ㄴ(니은) ㄷ(디귿) ㄹ(리을) ㅁ(미음) ㅂ(비읍) ㅅ(시옷) ㅇ(이응) ㅈ(지읒) ㅎ(히읗) ㅋ(키읔) ㅌ(티읕) 피(피읖) ㅊ(치읓)의 순서로 배열하였는데, 제안된 자음의 이름은 최현배가 제안한 이름과 동일하며 그 순서는 ‘ㅎ’과 ‘ㅊ’이 뒤바뀌어 있다.

모음의 분류와 관련하여 턱을 넓게 벌리고 좁게 벌림으로써 다른 소리, 혓바닥을 높이고 낮춤으로써 다른 소리, 입술을 둥글게 하고 넓적하게 함으로써 다른 소리라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자음의 분류에 있어서는 입소리와 콧소리[구강음과 비강음], 다막음소리와 덜막음소리[폐쇄음과 협착음], 목청 띤 소리와 아니 띤 소리[유성음과 무성음]로 구분하고 다막음소리에는 ‘헤침소리’[破障音]와 ‘콧소리’[鼻音]를, 덜막음소리에는 ‘갈림소리’[摩擦音]와 ‘굴림소리’[流音]를 두었다.

『조선어전초본』에서는 모음 중심의 음성상징론을 설명하였는데, ‘ㅓ:ㅏ, ㅜ:ㅏ, ㅡ:ㅏ, ㅣ:ㅏ, ㅣ:ㅐ’ 등 11개의 모음대립형을 제시하였으며, 양성모음 계열은 여성적이요, 음성모음 계열은 남성적이라고 그 미세한 의미 차이를 설명하였다.

제2편의 자학에서는 품사론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님씨[명사], 얻씨[형용사], 움씨[동사], 것씨[조사], 닛씨[접속사], 맺씨[종지사], 언씨[관형사], 억씨[부사], 늑씨[감탄사]의 9품사로 구분하였다. 제3편 ‘씨의 겹몸’에서는 합성법을, 제4편 ‘씨몸바꿈’에서는 품사 전의와 파생법을 다루고 있다. 제3편은 김두봉의 『조선말본』과 거의 일치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조선어전』과 비교해 볼 때, 연습문제가 거의 완벽하게 보충되고 표현이나 예문의 배치를 조금씩 고쳐 미진한 점을 많이 보완하였다. 표기법에서는 ‘님씨, 닛씨’ 등의 합성 과정에서 ‘ㄴ’으로 소리나는 단어에 한하여 두음법칙을 지키지 않고 원음을 밝혀 적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의의와 평가

『조선어전초본』은 『조선어전』과 비교하여 볼 때 음학 부분에서는 상당한 개편이 있었으나 다른 부분은 형식적인 개편 외에는 특별한 개변 사항이 보이지 않는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조선어전초본』은 『조선어전』의 수정판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책의 음성상징론은 어학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며 현대의 음운론과 조어론 연구에서도 음미할 가치가 있는 서술이다.

참고문헌

『개화기의 국문 연구』(이기문, 일조각, 1970)
「열운 선생의 문법 연구와 우리 어문관」(고영근, 『새국어생활』 7, 국립국어원, 1997)
「조선어전의 계보」(하동호, 『나라사랑』 29, 외솔회, 1978)
집필자
이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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