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적암(隱寂庵)은 안성 서운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7부 능선에 해당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청룡사의 부속암자이다. 은적암이라는 사찰명칭은 고려 태조 왕건이 등장하는 구비전승과 관련이 있다. 즉 고려 건국 초기에 태조 왕건이 이곳에서 3일간 은거하며 기도를 드렸기에 은적암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하지만 은적암은 1265년(원종 6) 서운산 기슭에 명본국사(明本國師)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안성 청룡사의 부속암자이다. 은적암은 청룡사 창건 이후에 건립되었기에 태조 왕건과 관련된 구비전승은 후대에 부회된 것으로 보인다. 은적암에는 대웅전·산신각·요사채 등의 건물이 남아 있다. 원래 이 사찰은 능선 사이 골짜기에 넓게 대지를 조성한 후 건립하였는데 현재 경작지로 변해 있는 암자터에서는 기와와 자기편들이 출토되고 있다. 동편의 능선 상에는 석종형 부도가 있다. 대웅전 안에는 금동 비로자나불좌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불화가 봉안되어 있다. 불화로는 관음보살탱화(1875)·신중탱화(1898) 등이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비로자나불좌상은 원래 이곳에 봉안되어 있던 불상이 아니라 주변의 사찰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불상의 상호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머리에는 나발과 계주가 있고 육계가 솟아있다. 목에는 삼도가 있으며 편단우견의 법의를 착용하고 있다. 수인은 지권인을 취하고 있고 다리는 결가부좌를 하고 있는데 무늬가 없는 2중 원형 대좌 위에 앉아 있다. 크기는 작지만, 비례감 있고 당당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