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네이터는 의상과 액세서리,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등 패션 전체가 조화가 되도록 조정하는 전문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패션 코디네이션, 코디네이터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이후, 패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패션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셀러브리티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코디네이터들이 패션 이미지 메이커이자 트렌드 세터, 크리에이터로서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패션쇼, 전시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코디네이션(coordin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코디네이션은 특히 1973년 오일 쇼크(oil shock) 이후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이나 구매 형태가 보다 나은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일반화되었다. 즉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의복의 기능성이나 편리성이 요구됨에 따라 캐주얼화 경향이 의복 차림 전반에 파급되었고, 자유로운 멋을 추구하는 레이어드 룩(layered look)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유행하게 되면서 블라우스, 셔츠 스웨터, 베스트. 재킷, 코트 등의 단품과 함께 액세서리나 구두, 핸드백, 헤어스타일, 화장 등에 이르는 토털 코디네이션을 비롯해서 생활 공간이나 생활 양식과의 조화 등 코디네이션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패션 전문지인 월간 『멋』이 출간되면서부터 패션 코디네이션,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패션 코디네이터는 유통 영역에서는 스타일리스트(stylist)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제조업에서는 패션 어드미니스트레이터(fashion administrator)나 패션 디렉터(fashion director), 패션 광고 및 저널 부분에서는 의상을 비롯하여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액세서리 등 토탈 패션의 조화가 되도록 조정하는 연출자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패션 코디네이터 또는 스타일리스트라는 타이틀의 전문가들이 광고 · 홍보 분야, 패션쇼 및 이벤트, 무대 · 영화 분야, 패션 매거진 등 출판물 분야, 방송 · 연예 분야, 어패럴 · 유통 분야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코디네이터의 중요한 역할은 색상, 소재, 실루엣, 감각 등에 관한 다음 시즌의 패션 예측을 하고 그 정보를 기준으로 어패럴 메이커의 경우에는 머천다이저와 디자인 부문에, 소매업에서는 주로 바이어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광고 · 홍보 분야 코디네이터는 광고 기획사, 사진 · 영상 스튜디오에서 제품의 컨셉에 맞는 패션 연출을 책임지고, 패션쇼 및 이벤트 코디네이터는 패션쇼 이벤트에 등장하는 모델의 토탈 코디네이션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무대 · 영화 분야 코디네이터는 연기자의 캐릭터를 시나리오에 알맞게 연출하고, 출판물 분야 코디네이터는 패션 테마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패션 스타일을 완성하며, 방송 · 연예 분야 코디네이터는 출연자의 스타일을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어패럴 · 유통 분야 코디네이터는 기업의 경영 방침과 브랜드 이미지 및 상품 성격 기획을 비롯하여 기획, 생산, 사입, 판매 촉진 등의 각 부분별 활동을 원만하게 조정하여 효과적으로 상품을 구성, 마케팅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코디네이터에게는 색상, 소재, 실루엣 등에 관한 패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기준으로 미래의 패션 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는 분석력과 거시적인 통찰력, 판단력, 뛰어난 패션 감각과 창조성, 전문 지식과 기획력, 연출력과 표현력, 패션 마케팅 및 머천다이징(merchandising) 능력, 리더십과 조직력 등의 자질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후반부터 대량 생산된 기성복의 영향으로 패션의 대중화가 시작되었으며, TPO 개념이 일반인들에게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에는 국내의 GNP가 상승하고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많아지면서 가정의 경제력이 향상되었으며, 컬러 TV와 패션 전문 잡지의 보급, 국제 문화 교류의 확대와 해외여행의 자유화 등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로 인해 패션 스페셜리스트(fashion specialist)로서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에는 패션 코디네이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하였다. 이 시기에 코디네이터 서영희, 장유정, 김현량, 정윤기, 김성희, 정보윤, 김우리, 한혜연, 김효성 등은 ‘코디’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연예인에서부터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매스컴에 등장하는 이들의 수요가 늘면서, 2000년대 중반 패션계와 방송가 등에서 활동 중인 코디네이터는 2백여 명 정도로 증가하였으나, 이 중 프로로 인정받는 사람은 50여명에 불과하였다. 당시 패션 연출부터 이미지 메이킹을 담당한 패션 코디네이터들은 대중에게는 유명인 · 연예인에게 옷을 입혀 주는 사람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패셔니스타(fashionista)’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셀러브리티 패션(Celebrity fashion)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들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코디네이터들이 패션 이미지 메이커이자 트렌드세터(trend-setter)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채한석과 ‘오디너리 피플’, ‘프리 마돈나’, 김예영과 ‘스티브제이 앤 요니피’처럼 특정 코디네이터와 디자이너가 패션 컬렉션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코디네이터에게는 스타일리스트의 역할 정도는 다르지만 패션쇼 기획 단계부터, 아이템 구성 및 스타일링의 조합, 나아가 패션쇼 모델 캐스팅 권한까지 주어진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아직 전문화되지 못한 역할을 스타일리스트가 대체하기도 한다. 패션 큐레이터(fashion curator)가 전무한 국내 상황에서 서영희 스타일리스트는 국내외에서 진행된 패션 전시에서 복식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테마를 구성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듯, 현재 대중의 패션 인플루언서(fashion influencer)로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스타일링한 제품과 패션은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장식하고 패션 크리에이터(fashion creator)로서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패션쇼, 전시 기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영역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입지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패션 코디네이터는 디자이너가 창조한 패션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그 창조된 패션으로부터 다른 의미의 패션을 재창조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패션 코디네이터 개념이 일반화된 이후, 패션 코디네이터는 다양한 패션 영역에서 활동하며 패션 트렌드를 해석하고,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패션 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특이 한류(韓流)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대중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K-콘텐츠에 나타나는 K-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되었고,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티스트와 작품의 패션 스타일에 기여한 우리나라의 우수한 패션 코디네이터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누군가의 스타일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믿는 시대에 패션 스타일 창조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패션 코디네이터들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