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은 수영, 수구, 다이빙, 서핑 등 물속 활동이나 일광욕을 목적으로 착용하는 의상이다. 1920년대에 유행한 해수욕 문화와 함께 원피스형 수영복이 소개되었고, 1960년대에 등장한 비키니 수영복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 코드이자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1986년 아시안 게임에서 최윤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수영 인구의 증가와 함께 수영복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2000년대부터 스파 문화와 워터 파크의 발달로 실내용 수영복이 다양해지면서 패션 감각이 있는 디자인이 강조되고 있다.
서기전(B.C.) 350년 그리스에서 여성들이 수영을 했다는 기록과 함께, 서기 3~4세기경의 시실리 피아차 아르메리나(Piazza Armerina) 모자이크 벽화에도 오늘날의 비키니와 같은 옷을 입은 소녀들이 그려져 있다. 로마시대에도 수영이 인기 있었지만 당시에는 평상복을 입고 수영을 하였다. 19세기 유럽에서는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위한 놀이로 수영을 권장하면서 로브(robe)처럼 노출이 없이 헐렁하고 긴 옷을 착용하였다. 수영복은 1850년(철종 1)에 투피스 형태로 변형되었고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은 1910년이 돼서야 등장하였다. 남성 수영복도 원래는 다리까지 내려오는 원피스형이었는데, 20세기 들어 상의가 없어지고 하의만 입는 형태로 바뀌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수영복 착용은 1898년(광무 2) 무관학교(武官學校)에서 학생들에게 수영 연습을 시킨 것을 시작으로 1916년 원산 해수욕장 수영 강습회에서 찾을 수 있는데, 남녀 모두 원피스 형태의 옷을 착용하였다. 1920년대에 해수욕 문화가 유행하면서 처음으로 해수욕복이 등장했지만, 어깨와 겨드랑이, 다리가 노출된 현재의 원피스 수영복과 비슷한 스타일은 1920년대 말에야 나타났다. 1946년에 프랑스 파리의 패션디자이너 루이스 레아르(Louis Réard)가 발표한 비키니는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에 백화사의 ‘상어표 수영복’을 통해 처음 등장했음에도 당시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였다.
수영복은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운동에 적합한 형태로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인 실내 수영복과, 양지 또는 물놀이 시설 등에서 착용하는 레저웨어인 실외 수영복으로 나뉜다. 실내용 스타일에는 원피스형의 전신 수영복(bodysuit), 반전신 수영복, 투피스형 탱크 슈트(tanksuit), 래시가드(rash guard) 등이 있고, 실외용 스타일 중 원피스형에는 잠수복 형태의 웨트슈트(wetsuit), 드라이 슈트(drysuit), 래시 가드, 투피스형에는 탱키니(tankini), 모노키니(monokini), 마이크로키니(microkini) 등이 있다. 수영복의 소재는 나일론, 우레탄의 등 화학 섬유가 많고 신축성 있는 스판덱스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영복이 대중에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비싼 가격의 수영복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영을 할 때 여자들은 평상복과 같은 옷, 남자들은 검은색 무명 팬티를 착용하였다. 점차 경제적 안정으로 유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복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수영복이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의 여성 수영복 디자인은 대부분 단색에 밑단이 일자형으로 지극히 단순하고 장식도 대부분 형태적인 단점을 보완하는 정도로 사용되었다. 1950년대 후기에는 울이나 저지 소재에, 형태와 색상, 무늬 등이 다양한 디자인이 나타났고 수영복 차림의 잡지 표지 모델이 등장하는 등 수영복이 보편화되었다.
1961년 백화사에서 비키니를 ‘상어표 수영복’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였는데, 이 비키니 수영복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것으로, 1946년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Louis Reard)가 처음으로 비키니를 발표했을 때처럼 격렬한 비판을 받았지만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 코드로 해석되어 각광을 받았다. 1960년대 중반부터는 비키니를 주제로 부른 노래가 유행하고, 히피(hippie) 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비키니형 수영복이 점차 대중화되었고, 1960년대 말 미니스커트(mini skirt)의 유행은 비키니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쳐 허리 노출이 현격하게 확대되었다. 1970년대 비키니는 가슴과 허리 부분을 더욱 대담하게 파낸 ‘미니 비키니(mini bikini)’가 출현하였다. 여성들이 대담한 디자인의 비키니를 즐겨 착용하면서 고리 장식, 버클, 단추, 보우(bow), 바인딩(binding) 등과 같이 다양한 디테일이 활용되었다.
1980년대에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등 서울 올림픽 국제 스포츠 행사로, 국내 스포츠 패션이 활성화되었다. 특히 아시안 게임의 수영 종목에서 최윤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수영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고조되었으며, 실내 수영장에 대한 수요와 함께 수영을 즐기는 인구도 증가하자 국내 전문 수영복 브랜드가 개발되었다. 1990년대에는 수영복에 기능성 소재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실내 수영복과 실외 수영복이 구분되어 판매되었으나, 디자인의 차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시기에는 레트로(retro)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화려한 컬러와 패턴이 활용되었고, 다리 부분이 깊게 파인 하이 컷 레그(high leg cut) 수영복이나, 남자 수영복으로 사각팬티나 반바지를 입던 수영복에서 남성용 비키니, 즉 맨키니(Mankini: Man+Bikini)가 등장하였다. 2000년대부터는 스파(spa) 문화와 워터 파크(water park)의 발달로 실내용 수영복이 다양화되었는데, 수영복뿐만 아니라 세트 개념의 모자, 가방, 그리고 랩스커트 등을 토털 코디네이션으로 하는 트렌드와 실내 · 외 수영복의 디자인 차별화가 이루어졌다. 실외용으로는 메탈릭(metallic), 크로셰(crochet) 등의 다양한 소재들이 활용되고 탱키니, 모노키니, 스트링 비키니 등과 같이 패션 감각이 있는 디자인이 강조되었고 실외용 수영복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신 수영복이나 신소재의 수영복이 나타났다.
20세기 중반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풍요로운 물질 속에 성장한 전후 세대의 새로운 가치 체계 변화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 중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신체 노출에 대한 도덕관념이 배제된 수영복의 대중화였다. 수영복은 부도덕한 의복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여성들의 개성을 추구하고 여성성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급속한 변화를 거쳐 왔다. 특히 우리나라 수영복의 변화와 발전된 모습은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코드와 여성들이 스스로의 신체를 통제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과정과, 스포츠웨어(sports wear)로서 기능성과 패션성의 조화와 차별화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