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본(油印本)은 기름을 먹인 등사원지(謄寫原紙)를 줄판 위에 올려놓고 글씨나 그림을 철필로 긁거나 그린 후 이를 등사기의 틀에 끼워 등사 잉크를 바르고 롤러로 밀어서 찍어낸 책을 말한다. 이런 인쇄 방식을 등사 인쇄(謄寫印刷)라고 한다. 등사기는 1886년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이 ‘자동화 인쇄(Autographic Printing)’라는 명칭으로 발명하였는데, 몇 백 장에서 몇 천 장의 복사물을 제작하기 위해 고안한 사무용 인쇄기이다. 등사기는 사용이 간편하여 전자 복사기가 보급되기 전에 학교나 관공서, 회사 등에서 문서의 복사본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였다.
등사 인쇄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밀랍 또는 왁스가 코팅된 반투명 종이인 등사지를 줄처럼 가는 사선 격자무늬가 새겨진 철판에 올려놓고 송곳 같은 뾰족한 철필로 글이나 그림을 그려 등사 원고를 만든다. 이때 철필이 지나간 선 부분은 왁스 코팅이 긁혀 나가 잉크가 통과할 수 있게 된다. 등사지는 얇은 종이에 파라핀, 바셀린, 송진 등을 섞어 만든 기름을 먹여서 만든다. 완성한 등사 원고를 고운 비단 천으로 된 실크 스크린에 붙이고, 아래에 놓인 종이에 밀착시킨다. 이후 그 위에 등사 전용의 잉크를 묻힌 롤러를 굴리면, 철필로 긁어서 코팅이 제거된 등사지 부분은 잉크가 새어나와 등사지와 비단 스크린을 통과해 종이에 묻게 되어 원고 대로 인쇄가 된다. 이를 반복하여 필요한 양만큼 찍어내는데, 많이 찍어내면 등사 원고가 마모되어 잉크가 번지거나 잉크가 희미하게 흐려져 인쇄 품질이 나빠질 수 있고, 서툴게 밀면 원고가 찢어지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찍어낸 낱장의 인쇄지를 모두 모아 제본한 책을 유인본이라 하고, 인쇄기기는 등사기라 한다.
수동식 등사기의 경우 한 장을 밀어내고 나면 매번 새로운 종이로 교체해야 해서 불편하고 또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이에 스크린을 붙인 원통(圓筒)에 원지를 붙이고 원통의 회전에 따라 인쇄되는 윤전 등사기가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등사 인쇄는 일제강점기에 시작되어 1990년대에 복사기의 사용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성행하였던, 가장 간편한 인쇄 수단이었으며, 그 유인본 또한 여전히 많이 남아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