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책의 장정(裝訂) 방식은 이용과 보존에 편리하도록 여러 단계에 걸쳐 발전하였다. 고대에는 죽간(竹簡)이나 겸백(縑帛) 같은 것에 글을 써서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어 관리하였다. 이후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종이가 주요 서사 재료로 사용되면서 장정의 형태가 여러 가지로 변화하게 되었다. 백서(帛書)와 지서(紙書)가 나타나기 전의 죽간목독서(竹簡木牘書)의 장정 방식은 주로 위편(韋編)이나 사편(絲編)이었다. 이후 백서가 유통되고, 종이의 발명으로 지서가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 권축장(卷軸裝)이다. 옛 책의 장정은 권축장에 이어 선풍장(旋風裝), 호접장(胡蝶裝), 포배장(包背裝)을 거쳐 선장(線裝) 등의 순서로 발전하였다. 선장은 포배장의 진보된 형태로 책지(冊紙)의 판심이 밖으로 향하도록 접어서 중첩하고, 중접된 책지를 종이끈으로 먼저 묶은 다음에 2매의 표지를 책지의 앞뒤로 각각 1매씩 대고 철사(綴絲)로 꿰매는 장정 방식이다. 이 선장은 이전의 어떤 장정보다도 책의 내지를 튼튼하게 보존할 수 있고 이용하기 편리한 안정적인 장정 형태로 정착하여 가장 널리 보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장은 중국 송대(宋代)에 생겨나 명대(明代)에 널리 퍼졌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기 이후 조선조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선장은 이전의 포배장이 오래 사용하면 표지가 쉽게 떨어져 나가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해 낸 장정 방식으로, 책 가장자리에 바늘구멍을 뚫어 실이나 끈으로 묶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선장본은 치자물을 들여 각종 문양을 넣어 만든 두꺼운 종이를 표지로 사용하여, 대체로 책 오른쪽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어 붉은 실로 꿰매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를 오침안정법(五針眼訂法), 오침안법(五針眼法), 오침철장법(五針綴裝法) 등으로 일컫는데, 바늘구멍의 수에 따라 사침안정법, 오침안정법, 육침안정법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였다. 그러나 개인이 만든 필사본이나 수진본(袖珍本)과 같은 소형의 책자는 3곳 또는 4곳에 구멍을 뚫어 묶기도 하였다.
오침안정법은 중국과 일본의 장정 양식과 확연히 구별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 일본의 책을 쉽게 구분할 수도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주로 네 개의 구멍을 뚫는 사침안정법으로 책을 묶었으며, 책의 크기에 따라 육침안정법, 드물게는 팔침안정법 등 짝수의 철법(綴法)이 행해져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