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간판(冊井間板)에서 ‘정간(井間)’은 가로와 세로 선이 그어진 우물 정(井)자의 원고지 형태를 의미한다. 정간지(井間紙)는 글씨를 쓸 때 글자의 간격을 고르게 필사하기 위한 바탕으로 쓰는, 모눈 형태가 있는 종이다. 정간지 종이에 글씨를 직접 쓰는 경우도 있지만, 정간지를 글씨를 쓰는 백지 밑에 깔고 백지에 비친 모눈 형태 위에 글자를 고르게 적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간지는 가로 · 세로 선을 종이에 직접 그어 만들기도 했지만, 정간지에 원고를 직접 필사할 경우에는 많은 분량의 정간지가 소요되므로 정간지를 인쇄하여 대량으로 찍어내기도 하였다.
특히 목판본(木板本) 간행 과정에서 판각용 원고본인 판하본(板下本) 또는 정서본(淨書本)은 목판에 이를 붙인 이후에 판각하였는데, 판하본 또는 정서본을 작성할 때 많은 분량의 정간지가 필요하였다. 따라서 대량의 정간지를 공급하기 위해 목판을 이용하여 정간지를 인쇄하였다. 책자 제작용 정간지(井間紙)를 인쇄하기 위해 제작한 책정간판(冊井間板)은 가로와 세로 선이 있는 정간(井間) 형태의 목판으로 만들었다고 하여 일반적으로 정간판(井間板)이라고 한다,
서책 간행에 정간판을 사용한 사례는 『대계집(大溪集)』 간행과 『영종실록』 편찬 등에서 확인된다. 이주정(李周楨)의 문집 『대계집』의 간행 과정은 1884년에 기록된 『대계집간역시일기(大溪集刊役時日記)』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계집간역시일기』에 따르면 『대계집』 목판 판각에 필요한 정고본(淨稿本)을 작성하기 위해 각수(刻手)가 정간판을 새겨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각수가 보낸 정간판을 이용하여 정간지를 인쇄하고, 해당 정간지에 판각용 정고본을 작성하였던 것이다. 『영종실록』 편찬 과정은 1780년 영종실록청에서 기록한 『영종대왕실록청의궤(英宗大王實錄廳儀軌)』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영종대왕실록청의궤』 내용 중 『영종실록』 편찬 과정에서 작성된 1780년 4월 25일 감결(甘結)에 의하면 원고 견본에 맞춰 책정간판이 제작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통해 『영종실록』 원고 견본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아 책정간판이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