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본(模寫本)의 모(摹, 模, 摸)자는 원본 위에 종이를 얹고 투사하여 베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사는 반투명한 종이와 빛을 이용하여 원본과 동일한 형태로 베끼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모사법으로는 경황법(硬黃法), 향탑법(響搨法), 쌍구전묵법(雙鉤塡墨法)이 있다.
경황법은 고대 중국에서 모본 제작에 사용하였던 경황(硬黃)이라는 종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경황지는 뜨거운 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종이 표면에 밀랍을 고루 발라 종이에 밀랍이 녹아 스며들어 반투과성 종이가 되도록 제작한 종이이다. 경황법은 이 경황지를 원본의 위에 올려놓고 그대로 베끼는 방법을 말한다.
향탑법은 빛을 이용하여 투사하는 방법으로, 얇은 종이를 원본 위에 얹어 밝은 창에 비추어 베끼는 방법이며, 쌍구전묵법은 쌍구법(雙鉤法) 또는 쌍구곽전법(雙鉤廓塡法)으로도 알려진 방법으로 서예 등의 글씨 원본을 모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원본 위에 종이를 얹고 가는 붓으로 원본 글씨 획의 테두리를 조심스럽게 베낀 다음, 테두리 안을 먹으로 채우는 것이다. 쌍구법(쌍구전묵법)은 세밀한 제작 과정을 요하는 것으로, 복제 수단 가운데 가장 정확한 모사본을 만들 수 있다. 전통 시대에 쌍구전묵법으로 제작된 모사본이 상당량 현존하고 있다.
중국 서예 작품 중 모사본의 대표적인 사례로 왕희지(王羲之)의 필적을 베낀 「상란첩(喪亂帖)」을 들 수 있다. 「상란첩」은 향탑법에 의해 쌍구전묵으로 모사된 것으로, 현재 일본 궁내청(宮內廳)에 소장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모사본 제작 사례는 태조 어진(御眞)의 모사본 제작( 『태종실록』 1409년 2월 17일), 일본국 방여도(方輿圖)의 모사본 제작( 『세종실록』 1438년 2월 19일), 태조의 서압(署押)의 모사 및 위조(『세종실록』 1425년 3월 28일), 여연(閭延) · 무창(茂昌) 지형도(地形圖)의 모사본 제작( 『중종실록』 1523년 5월 14일), 경기전(慶基殿) 영정(影幀)의 모사본 제작( 『인조실록』 1631년 3월 28일), 어보(御寶) 인문(印文)의 모사본 제작( 『숙종실록』 1713년 9월 13일), 세조 어진(眞像)의 모사본 제작과 모사도감(模寫都監) 설치( 『영조실록』 1735년 7월 28일) 등 주로 임금의 어서, 어진, 지도, 어보 인문 등의 모사 사례 등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밀랍 종이를 이용해 모사한 예로 문종이 세자 시절에 귤 쟁반에 작성한 시의 어서(御書)를 납지(蠟紙)에 모사하였다는 기록( 『성종실록』 1483년 11월 28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