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은 ‘조선 기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최첨단의 기술력을 요구하며 1척에 1억 달러가 넘는 초고가 선박이다. LNG선은 LNG를 싣는 탱크인 화물 창고의 구조에 따라 모스(moss)형과 멤브레인(membrane)형으로 나뉜다. 선체와 LNG 탱크가 분리된 모스형은 극저온에서 선체가 파손될 위험이 적은 반면 용량의 확장이 어렵고, 선체와 탱크가 일체화된 멤브레인형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지지만 대용량을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스형은 노르웨이의 모스 로젠버그(Moss Rosenberg) 사가 개발한 후 일본에서 상업화되었으며, 멤브레인형은 프랑스의 가즈 트랜스포트(Gaz Transport, GT)와 테크니가즈(Technigaz, TGZ)가 기초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의 조선 업체들은 1990년대에 LNG선 시장에 진출하면서 모스형과 멤브레인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세계 최고의 조선 생산 국가인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모스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앞으로 세계 LNG선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멤브레인형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1990년에는 모스형의 국내 건조권을 독점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의 입장이 받아들여져 모스형 LNG선이 발주되었다. 그러나 1992년 이후에는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추진한 멤브레인형 LNG선도 발주되었는데, 한진과 대우는 GT, 삼성은 TGZ의 기초 기술을 활용했다.
1994년에는 현대중공업이 우리나라 최초의 LNG선인 현대유토피아호를, 1995년에는 한진중공업인 동양 최초의 멤브레인형 LNG선인 한진평택호를 건조했다. 이어 1999년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멤브레인형 LNG선으로 각각 SK 서미트호와 SK 슈프림호를 내놓았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의 조선 업체들은 멤브레인형 LNG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세계 LNG선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였다.
일본이 개발한 모스형 기술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멤브레인형 LNG선의 상업화를 추진한 한국의 모험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 멤브레인형의 약점으로 꼽혔던 안전성의 문제는 통신 기기와 조선 기자재의 발전으로 점점 완화되었고, 한국의 조선 업체들이 인도한 멤브레인형 LNG선은 지속적으로 무사고 운항 기록을 세웠다. 멤브레인형의 우세에는 LNG선을 비롯한 선박의 대형화 추세가 결정적으로 작용하였였다. 미국과 유럽 등이 대형 LNG선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를 새롭게 만들면서 한 번에 많은 용량을 운송할 수 있는 멤브레인형이 주목받은 것이다. 멤브레인형 LNG선의 상업화는 한국 조선 산업의 기술 발전 패턴이 경로 추종형에서 경로 개척형으로 전환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