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엇지는 만화를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어찌’의 옛말인 ‘엇지’를 사용해 ‘다음은 어찌될까’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다음엇지는 두 칸 이상의 칸들이 연결된 만화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만화에서도 ‘삽화’라는 한자어를 사용하거나 『매일신보』에서 ‘만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한자어를 위주로 게재했다. 당시 신문, 잡지에서는 한 칸 짜리 카툰을 주로 선보였던 반면, 신문관에서 간행한 잡지에서 처음으로 코믹스를 '다음엇지'라는 순우리말로 소개한 것이다.
1913년 신문관에서 창간한 어린이잡지인 『붉은 저고리』에 게재된 「대길이네 개와 밧 담뷔」에서 ‘다음엇지’라는 순우리말의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붉은 저고리』는 한글을 기본 문체로 채택하여 독자 대상인 어린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 잡지이다. 이 잡지는 유익함과 재미를 취지로 그림을 삽입함으로써 문자 텍스트 위주의 지루함을 상쇄하고, 교훈적 가르침 외에도 웃음거리와 다양한 독자 참여형 놀거리를 게재한 근대 잡지였다. ‘다음엇지’는 이러한 취지에서 소개된 최초의 어린이용 만화였다.
「대길이네 개와 밧 담뷔」는 ‘다음엇지’의 뜻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차례차례 보아가는 우슴거리[웃음거리] 그림이니 첫째, 그림을 자세히 보아 의취를 렴량하고 그 다음을 보시면 설명이 없이도 ᄌᆞ미잇게 알아보시리다”
다음엇지는 칸의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봄으로써 그 뜻을 헤아리고, ‘다음은 어찌될지’ 예측함으로써 그 의미를 유추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형식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화가 거의 게재되지 않던 시대에 등장한 파격이었다.
해제에서 몇 가지 주요 사항들을 짚어볼 수 있다. “차례차례 보아가는 그림”은 만화의 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그 이전까지 식민지 조선의 만화는 주로 한 칸짜리 만평(‘삽화’)이었다. 즉 ‘다음엇지’에서 처음으로 ‘칸의 연쇄작용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졌다. 19세기부터 흥행했던 서양의 코믹스[Comic Strip]를 식민지 조선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만화가 바로 ‘다음엇지’였다.
또한 신문관에서 간행된 또 다른 잡지인 『아이들보이』에서는 만화의 ‘칸’이라는 용어 대신 ‘알’이라는 용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칸’을 ‘알’로, ‘코믹스’, ‘만화’라는 외래어를 ‘다음엇지’라는 순우리말로 바꿔 한글 보급에 대한 시대적 소임을 다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해제에서는 ‘다음엇지’의 교육적 효용과 재미 추구라는 두 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의취를 염량”하는 것과 “설명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용 주1이라는 것이다. 신문관 잡지는 웃음거리 중 하나로 만화를 게재하고 있긴 하지만, 알[칸]의 연쇄 작용을 바탕으로 다음은 어찌될지 유추함으로써 이치를 깨닫게 하는 교육적 효용성도 강조하고 있다.
『붉은 저고리』에서 탄생한 ‘다음엇지’는 “놀이감”, “작란감”을 자처한 여타의 기사들과 더불어 출판 자본주의의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
현재 발굴된 다음엇지는 『붉은 저고리』 1호부터 11호[1913. 1. 1.~1913. 6. 1.]까지 11편과 『아이들보이』 1호[1913. 9. 1.]부터 11호[1914. 7. 5.]까지 11편, 『새별』 15호와 16호[년도 미상]의 ‘무제’ 2편이 있다. 이는 다음엇지의 독자 연령 자체를 낮게 상정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 잡지가 폐간된 이후에는 조선총독부의 무단통치와 언론 탄압으로 1920년대 중반까지 어린이용 만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만화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인 ‘다음엇지’ 역시 만화사에서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그 의미가 재조명되었다.